부모가 선행학습을 멈추기 어려운 이유와 조기교육 경쟁의 구조

핵심 3줄 요약

  • 선행학습은 부모의 욕심만으로 설명하기 어렵고, 다른 가정의 선택이 내 아이의 경쟁환경을 바꿀 때 개인에게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 많은 가정이 같은 선택을 하면 선행의 기준이 새로운 평균이 되고 출발선 자체가 앞으로 이동한다.
  • 선행의 효과 여부와 별개로, 그 과정에서 아이가 배움을 어떤 행동으로 경험하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선행학습은 부모 욕심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부모들도 안다.

AI가 많은 일을 대신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듣고, 앞으로는 질문과 창의성이 중요하다는 말도 안다.

그런데 아이의 공부는 오히려 더 일찍 시작된다.

초등학교에서 배울 것을 유치원에서 배우고, 중학교 과정을 초등학생이 시작한다.

왜 그럴까.

나는 이것을 부모의 욕심만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틀린 설명이라고 생각한다.

개별 부모에게 선행은 왜 합리적으로 보일까

많은 부모는 아이를 앞세우기 위해서라기보다 내 아이만 뒤처지지 않았으면 해서 선행을 시작한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 대부분이 4학년 수학을 배우고 있다고 해보자.

내 아이만 학교 진도에 맞춰 공부시키는 부모는 마음이 편할까.

수업에서 다른 아이들은 이미 아는 내용을 내 아이만 처음 듣게 되지 않을까. 시험에서 조금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선행한 아이들이 유리하지 않을까.

결국 생각한다.

나도 시켜야겠다.

개별 가정의 입장에서는 꽤 합리적인 선택이다.

특히 교육에서는 결과가 늦게 나타나기 때문에 더 그렇다. 지금 선행을 하지 않은 선택이 옳았는지 확인하려면 몇 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반대로 ‘남들은 다 했다’는 정보는 오늘 바로 들어온다.

불확실한 장기효과보다 눈앞의 상대적 위험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그래서 부모 개인에게 장기적인 교육철학을 요구하는 것만으로 집단의 경주를 멈추기는 어렵다.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 집단의 출발선을 바꾼다

문제는 모두가 그렇게 합리적으로 움직일 때 생긴다.

다른 집이 먼저 간다.

나도 빠지면 불리할 것 같아 따라간다.

따라가는 집이 늘어난다.

그러면 어느 순간 먼저 간 것이 더 이상 ‘먼저’가 아니다. 새로운 평균이 된다.

그 평균이 다시 다음 가정의 위험 신호가 된다.

개별 부모는 출발선을 옮기겠다고 결정한 적이 없는데, 모두의 합리적인 선택이 함께 출발선을 앞으로 민다.

예를 들어 모두가 한 학년 먼저 배우면 한 학년 선행은 더 이상 앞선 전략이 아니다. 그러면 다시 두 학년 앞서야 경쟁력이 생긴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각자 뒤처지지 않으려고 움직였을 뿐인데 출발선 자체가 앞으로 이동한다.

선행 경쟁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이유

이 경쟁이 특히 멈추기 어려운 이유는 먼저 시작한 사람이 반드시 더 좋은 교육을 받는다고 확신하지 못해도, 늦게 시작한 사람이 손해 볼 가능성은 두렵기 때문이다.

“정말 필요한가?”보다

“나만 안 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이 질문이 더 강해진다.

좋아서 하는 경쟁이라기보다 빠져나왔을 때의 위험이 두려워서 하는 경쟁이 될 수 있다.

개인의 마음가짐만으로는 멈추기 어렵다

그래서 참가자들이 제도의 방향에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계속 참여할 수 있다.

“아이들이 너무 힘들다.”고 말하면서 다음 학원을 알아보는 것이 꼭 모순은 아니다.

개인의 판단과 집단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에게 “비교하지 마세요”, “아이를 믿으세요”라고만 말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부모가 비교하지 않아도 시험은 비교한다. 우리 집이 선행을 멈춰도 다른 집의 선택은 우리 아이의 경쟁환경을 바꾼다.

개인의 마음가짐만으로 게임의 규칙을 없앨 수는 없다.

그렇다고 경쟁 자체를 없애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문제는 무엇을 가지고 경쟁하게 만드는가다.

지금의 교육경쟁에서는 너무 많은 것이 한 줄에 묶인다.

얼마나 빨리 배웠는가.

얼마나 많이 맞혔는가.

어느 학교에 갔는가.

한 줄 위에서 경쟁하니 부모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도 비슷해진다.

더 일찍.

더 많이.

더 안전하게.

선행경쟁은 측정하기 쉬운 능력을 앞세운다

그리고 여기에서 선행경쟁은 단순히 진도를 앞당기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경쟁이 빨라질수록 부모와 교육기관은 더 이른 시점에 성취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몇 글자를 읽는가.

연산을 얼마나 빠르게 하는가.

어느 학년 내용을 배우는가.

이런 것은 바로 비교할 수 있다.

반면 아이가 어떤 것에 오래 관심을 두는지, 어떻게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는지, 무엇을 스스로 궁금해하는지는 짧은 시간에 수치로 보여주기 어렵다.

그래서 출발선이 앞당겨질수록 빨리 측정할 수 있는 능력이 교육의 앞부분을 차지하기 쉽다.

선행의 효과와 학습방식은 다른 질문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선행학습의 효과와 별개의 질문을 하고 싶다.

선행해서 학교 수업이 쉬워질 수 있다. 시험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어떤 학생에게는 빠른 진도가 적절할 수도 있다.

그 사실과

그 선행과정에서 학생이 배움을 어떤 행동으로 경험했는가

는 같은 질문이 아니다.

몇 학년 내용을 배웠는가보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배운다는 것’을 어떤 행동으로 익히고 있는가.

그래서 다음에는 무엇을 일찍 배우느냐보다 어떤 방식으로 배우는 법을 먼저 배우게 되는가를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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