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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교육을 다시 묻다

아이의 연필은 멈추지 않는데, 왜 뇌는 조용히 마비되어 가는가

늦은 밤, 불이 켜진 수학 학원의 좁은 자습실 구석에는 초등학교 6학년 준우가 고등학교 1학년 수학 수학상 문제집을 펼쳐놓고 문제를 풀고 있다. 준우의 손가락 사이에 쥔 연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침없이 전진한다. 이미 외워진 공식을 대입하고 복잡한 수식을 빠르게 지워나가는 속도가 거의 기계적인 생산 라인을 방불케 한다. 문제집 하단을 가득 채운 채점 동그라미는 눈부시다. 학원 원장은 준우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준우가 영재성이 뛰어나 고등 선행 진도를 완벽하게 받아내고 있습니다"라며 만족스러운 찬사를 건넨다. 부모는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가슴 벅찬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준우가 푼 문제집 수식의 변수를 아주 미세하게 틀어놓거나, 공식이 유도되는 사소한 전제 조건을 한 줄 생략한 '비전형적인 낯선 문항'을 슬쩍 들이미는 순간 교실 안에는 냉혹하고 차가운 정적이 흐른다. 준우는 공식을 도대체 어디에 대입해 수식을 출발시켜야 할지 몰라 연필을 움켜쥔 채 싸늘하게 얼어붙는다. 방금 전에 완벽하게 맞췄던 풀이 첫 줄을 교사가 손가락으로 조용히 가리키며 묻는다.

"준우야, 왜 다른 방법이 아니라 첫 단계에 이 식을 세웠어? 이유를 말해줄 수 있니?"

아이는 수식 속에 담긴 수학적인 인과 관계를 설명하지 못한다. 어안이 벙벙하고 억울하다는 듯 흔들리는 눈빛으로 교사의 표정 주파수를 필사적으로 살피며 입을 꾹 닫아버릴 뿐이다. 아이가 배운 것은 수학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깔끔하게 조립되어 주어진 공식을 보고, 비슷한 숫자를 대입해 신속하게 재현해 내는 '복사 기술'을 고도로 훈련받았을 뿐이다. 그 찬란해 보였던 진도의 안도감 뒤에 가려진 서글픈 실체는, 스스로 사유의 첫 발자국도 떼어놓지 못하는 깊은 인지적 가사 상태에 빠진 멍한 뇌의 침묵이다.

흔히 세상 사람들은 선행학습과 조기 인지교육을 비판할 때 '너무 어릴 때, 너무 많은 분량'을 가르치는 양적 과도함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 양적인 질타는 배움의 진짜 심장을 놓친 게으른 우려다. 하루에 공부를 세 시간을 하든 열 시간을 하든, 진짜 본질은 그 흘러가는 시간 동안 아이의 머릿속 뇌가 실제로 반복해서 취하고 있는 질적인 움직임, 즉 '인지적 학습 동작'의 질이다.

같은 책상에 나란히 앉아 똑같이 두 시간 동안 공들여 문제집을 풀었더라도, 두 아이의 뉴런 네트워크가 겪은 인지적 동작 포트폴리오는 완전히 다를 수 있다.

한 아이는 교사의 정형화된 설명과 비법을 조용히 경청한 뒤, 이미 조립이 완성된 공식을 머릿속에 수동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비슷한 하위 유형의 문제 빈칸에 그 공식을 기계적으로 재현하여 채워나가는 동작을 매일 밤 수천 번 반복한다. 우리는 이를 정보의 '입력-재생형 학습 동작'이라 부른다.

반면 다른 아이는 완성된 풀이가 없는 불완전한 낯선 문제를 붙잡고, 이것이 도대체 현실 세계의 어떤 구조를 설명하는 것인지 스스로 가설을 세워본다. 여러 개념의 조합을 끄적이다 막히고, 장렬한 실패 끝에 왜 틀렸는지 스스로의 논리적 경계면을 매섭게 관찰하며 다시 나만의 설명 모델을 천천히 조각해 나간다. 우리는 이를 사유의 '생성-변형형 학습 동작'이라 부른다.

인지과학이 밝혀낸 고전적인 장난감 실험은 직접 교수가 주는 당장의 효율성이 인간 고유의 자발적 탐구 영역을 얼마나 참혹하게 짓밟는지 규명한다. 아동들에게 다기능 장난감을 건네며 한 집단에는 교사가 특정 작동법(소리가 나는 법)을 명확히 설명해 주고 시범을 보였고, 다른 집단에는 아무런 간섭 없이 스스로 조작하게 했다.

직접 가르침을 받은 아동들은 그 소리 내는 기능만큼은 아주 쉽고 빠르게 마스터했다. 그러나 혼자서 장난감을 탐색하게 두었을 때, 설명을 들은 아동들은 이미 인지 완료된 그 한 가지 동작에만 매달리다 장난감 구석구석에 숨겨진 거울이나 아름다운 불빛 등 다른 놀라운 작동 메커니즘을 찾지 않은 채 허무하게 놀이를 마쳤다.

스스로 시도했던 아동들이 장난감 전체를 주체적으로 탐구해 모든 신기한 비밀을 기어이 밝혀낸 것과 극적인 대조다. 직접 가르쳐주는 친절한 행위가 당장의 성취는 높여줄지언정, 아이들의 머릿속 인지 영역에 "아, 이 장난감은 소리 내는 물건일 뿐이구나"라는 조기 폐쇄의 벽을 쳐버리는 양날의 검으로 기능한 것이다.

매일 정해진 정보를 받아 외우고 재생하는 동작만 반복하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가설을 수정하는 연습은 그만큼 비어 있게 된다.

AI가 검색과 답변 조립의 수고를 크게 줄여 주는 환경에서, 공부를 '정해진 답을 재생하는 일'로만 익힌 아이는 질문이 생기기 전의 생각을 도구에 맡기기 쉽다.

아이를 진정으로 이 차가운 마취 상태에서 깨워내고 싶다면, 당장 학습지의 개수를 헤아리는 낡은 수량적 양육법을 폐기해야 한다. 대신 아이의 학습 시간을 채우는 생각의 포트폴리오를 주체적인 생성과 조작, 가설과 재도전의 뜨거운 학습 동작으로 전면 교체해야 한다.

함께 읽은 자료

Bonawitz, E.; Shafto, P.; Gweon, H.; Goodman, N. D.; Spelke, E.; Schulz, L. (2011). The double-edged sword of pedagogy: Instruction limits spontaneous exploration and discovery.

Sinha, T.; Kapur, M. (2021). When Problem Solving Followed by Instruction Works: Evidence for Productive Failure.

OECD (2025). Education Policy Outlook i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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