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학습의 중간 과정을 대신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핵심 3줄 요약

  • 생성형 AI는 학생이 더 빠르게 좋은 결과를 얻도록 도울 수 있지만, 결과의 향상이 곧 판단 능력의 형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 문제를 해석하고, 출발점을 정하고, 실패를 복기하고, 수정하는 ‘중간 과정’은 초보자가 다음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기준을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 따라서 AI 시대의 학습에서는 모든 과정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과정은 도구에 맡기고 어떤 과정은 학생이 직접 통과해야 하는지를 구분해야 한다.
  • 요즘 유튜브를 보다 보면 ‘딸각’이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버튼 몇 번이면 음악이 만들어지고, 영상이 만들어지고,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글이 나온다. 예전에는 몇 년씩 배워야 가능했던 일들이 몇 문장으로 시작된다.
  • 틀린 말은 아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 결과물이 실제 세계와 만나는 순간 질문은 더 선명해진다. 만들 수 있다는 것과 잘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같은가. 조금 더 경제적으로 바꿔 묻자. 그것이 팔릴 만한가. 그리고 한 번 팔렸다면 다시 묻자.
  • 그 결과를 반복해서 만들 수 있는가.
  • 여기서 딸각이라는 말이 감추는 것이 드러난다. 결과는 보이지만, 그 결과를 가능하게 만든 중간은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에게 당연한 것이 왜 초보자에게는 당연하지 않을까?

어떤 분야를 오래 공부한 사람에게는 많은 판단이 자연스럽다. 수학을 오래 가르친 선생은 문제를 보자마자 어디에서 시작해야 하는지 안다. 글을 오래 쓴 사람은 문장 하나를 보고 어디가 어색한지 느낀다. 디자이너는 비슷한 이미지 두 장을 보고 왜 한쪽이 더 안정적인지 빠르게 구분한다.

그래서 전문가가 종종 말한다.

“이건 이렇게 하면 되잖아.”

그 사람에게는 정말 그렇다. 하지만 배우는 사람에게는 아니다. 학생이 궁금한 것은 그 앞이다. 왜 이 문제를 보고 그 방법을 떠올렸는가. 왜 이것을 버리고 저것을 선택했는가.

전문가는 이미 그 중간을 지나왔다. 수많은 실패와 비교, 수정과 반복이 머릿속에서 압축되어 지금의 직관이 됐다.

서울대 나온 선생에게 어떤 사고 과정이 당연한 것은 그가 오래 가르쳤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이미 학습이라는 과정에서 수많은 중간을 성공적으로 통과해온 사람이다. 그에게 당연한 것이 처음 배우는 학생에게도 당연한 것은 아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재능이라는 한 단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수많은 중간이 있다.

교육 연구에서 말하는 ‘지식의 저주’도 이 간극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전문가일수록 자신에게 당연한 지식을 초보자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과대평가해 설명 단계를 생략할 수 있다. 이 연구가 ‘서울대 출신’이라는 상징 자체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많은 중간을 통과한 사람이 초보자의 출발점을 과대평가할 수 있다는 일반 원리를 보여준다.

AI가 결과뿐 아니라 중간 과정까지 대신하면 무엇이 달라질까?

AI가 강력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 중간을 빠르게 대신해준다는 데 있다. 글의 구조를 잡고, 코딩의 구현 순서를 정하고, 수학 풀이의 출발점을 알려주고, 영상의 장면 구성을 제안한다.

이미 충분한 중간을 가진 사람에게는 큰 효율이다. 글을 오래 쓴 사람은 AI 초안에서 무엇을 버릴지 알고, 개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생성된 코드가 무엇을 놓쳤는지 확인하고, 음악을 많이 만들어본 사람은 어느 부분을 고쳐야 하는지 판단한다. 이들에게 AI는 이미 가진 능력의 실행 비용을 낮춰주는 도구다.

하지만 아직 그 중간이 없는 사람에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결과는 얻어도 왜 나왔는지 모를 때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좋은 결과와 나쁜 결과를 가를 기준조차 아직 없을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때 AI가 건너뛴 것은 단순 노동이 아니라 판단 능력이 만들어지는 과정일 수 있다.

AI로 한 번 좋은 결과를 얻으면 실력이 생긴 것일까?

AI 시대에는 누구나 한 번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노래 하나가 예상보다 좋게 나오기도 하고, 영상 하나가 큰 조회수를 얻기도 하고, 글 하나가 유난히 좋은 반응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그다음이 중요하다.

왜 잘됐는지 설명할 수 있는가. 다른 조건에서도 다시 만들어낼 수 있는가. 실패했을 때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아는가.

여기서 전문성의 중요한 기준 하나가 드러난다.

재현가능성이다.

전문가는 항상 최고의 결과를 내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좋은 결과가 나올 확률을 높이고, 실패했을 때 원인을 찾고, 다음 결과를 수정할 수 있는 사람에 가깝다.

한 번의 성공은 우연일 수 있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읽고 비슷한 수준의 결과를 반복해서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은 능력에 가까워진다.

‘딸각’의 가장 큰 착시는 생산비용의 하락을 전문성 비용의 하락으로까지 오해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생산이 쉬워질수록 무엇이 더 중요해질까?

AI가 결과물을 더 많이 만들어낼수록 오히려 새로운 희소성이 생긴다. 무엇을 만들지 정하고, 무엇을 버릴지 판단하고, 누구에게 필요한지 알아내야 한다. 어떤 표현이 사람에게 닿는지, 실패했다면 왜 실패했는지도 읽어야 한다.

생산보다 선택과 판단의 가치가 커진다.

그리고 그 판단은 기술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람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무엇에 반응하는지, 왜 어떤 것에는 시간을 쓰고 어떤 것에는 돈을 쓰는지를 봐야 한다.

기술이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계속 쉽게 만들수록 ‘무엇을 왜 만들 것인가’는 더 어려운 질문으로 남는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 더 중요해지는 역설이다.

모든 중간 과정을 직접 해야 할까?

그렇다고 과거의 모든 과정을 보존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반복적인 계산이나 단순한 서식 작업처럼 능력 형성과 큰 관련이 없는 중간은 기술이 없애는 편이 낫다.

중요한 것은 구분이다. AI에게 넘긴 것이 단순 노동인지, 이미 충분히 아는 기술인지, 아니면 아직 내가 만들어야 할 판단 능력인지 구분해야 한다. 교육에서도 같은 질문이 필요하다.

OECD의 《Digital Education Outlook 2026》도 일반 목적 AI에 인지적 작업을 그대로 넘길 경우 과제 수행은 좋아져도 실제 학습과 분리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반대로 질문·힌트·피드백처럼 학습 원리를 반영한 설계는 AI를 학습 지원 도구로 사용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결과를 얼마나 빨리 얻었는가보다 그 결과를 얻는 과정에서 무엇이 학생 안에 남았는지를 봐야 한다. 좋은 지름길은 이미 걸을 줄 아는 사람의 시간을 줄인다. 하지만 아직 길을 찾는 법을 배우는 사람에게 모든 지름길을 열어주는 것이 반드시 친절한 일은 아니다.

AI 시대의 배움은 그래서 오히려 ‘중간’을 더 세밀하게 봐야 한다.

그리고 그 중간을 비교적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는 오래된 훈련장이 하나 있다. 문제의 조건에서 출발해 관계를 찾고, 한 단계씩 결론까지 가야 하는 곳.

수학이다.

관련 교빛 글

  • [연재 2부] AI 시대에 기초학습은 무엇을 의미할까?
  • [연재 4부] AI 시대에도 수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연재 5부] AI는 교육을 변별에서 개별화로 바꿀 수 있을까?

참고한 자료

  • OECD (2026), OECD Digital Education Outlook 2026: Exploring Effective Uses of Generative AI in Education

https://www.oecd.org/en/publications/oecd-digital-education-outlook-2026_062a7394-en.html

  • Kestin, G. et al. (2025), “AI tutoring outperforms in-class active learning”, Scientific Reports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5-97652-6

  • Shatz, I. (2023), “The curse of knowledge when teaching statistics”, Teaching Statistics, 45(1), 22–26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10.1111/test.1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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