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교육에서 AI 접근권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

핵심 3줄 요약

  • AI 접근권을 넓히는 것은 필요하지만, 같은 AI를 쓴다고 같은 학습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 범용 생성형 AI는 과제 수행을 높여도 실제 학습 향상과 분리될 수 있으며, 사용 목적과 학습 설계가 중요하다.
  • AI 시대 교육은 답을 얻는 기술보다 자신의 모름을 발견하고 질문·검증하는 능력을 함께 길러야 한다.

AI 접근권은 왜 필요한가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이 2026년 ‘AI 온이음’ 사업을 통해 취약계층과 농어촌 지역 고등학생 등 약 12만 명에게 유료형 AI 서비스를 지원한다. 단순히 계정만 나눠주는 사업은 아니다. 교육용 가드레일이 적용된 여러 생성형 AI를 제공하고, AI 윤리와 문해력부터 기본 사용법과 프롬프트, 실생활 활용까지 단계별 교육도 함께 지원한다.

AI 이용환경 자체가 새로운 교육격차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한 정책이다.

그런데 나는 그다음이 궁금하다.

AI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과 AI를 통해 배우게 하는 것은 같은 일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AI가 해답지처럼 쓰일 때 무엇이 달라질까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조금 생각하다 해설지를 펴고, 풀이를 따라 적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던 학생이 있다고 해보자. 그 학생에게 AI를 준다고 갑자기 탐구하는 사람이 될까.

아마 해설지 대신 AI를 열 것이다.

“풀어줘.”

설명이 어려우면 “쉽게 설명해줘.”

길면 “시험에 나올 것만 정리해줘.”

AI는 해설지보다 훨씬 좋다. 질문하면 대답하고, 알아들을 때까지 다시 설명하고, 비슷한 문제까지 만들어준다.

바로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한다.

AI는 답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해야 했던 생각의 일부까지 대신할 수 있다. 무엇을 묻는 문제인지 파악하는 일, 내가 어디에서 막혔는지 알아차리는 일, 여러 방법을 시도하는 일, 받은 설명이 맞는지 판단하는 일까지 말이다.

그러면 학생은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정말 더 많이 배운 것일까.

이 차이는 수학에서 특히 잘 보인다. 풀이를 읽으면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이 있다. 설명을 들을 때는 다 아는 것 같다. 그런데 숫자와 조건이 조금 바뀐 문제를 주면 다시 멈춘다. 설명을 ‘이해한 느낌’과 혼자 문제를 구조화해 풀 수 있는 능력은 같지 않다.

AI는 이 간격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다. 모르는 순간마다 가장 적절한 설명이 즉시 도착하기 때문이다. 학생은 막힘을 거의 느끼지 않고 앞으로 나갈 수 있지만, 바로 그 막힘에서 자신이 무엇을 모르고 있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할 수 있다.

과제 수행과 실제 학습은 왜 다를 수 있을까

OECD의 《Digital Education Outlook 2026》도 범용 생성형 AI가 과제 수행을 높일 수 있지만 그것이 실제 학습 향상과 같은 것은 아니라고 정리한다. 반대로 교육적 목적에 맞게 설계된 AI는 실제 학습을 도울 수도 있다.

같은 AI인데 결과가 다르다.

그래서 문제를 ‘AI를 쓰느냐, 쓰지 않느냐’로만 놓고 볼 수 없다.

그 도구를 어떤 학습 경험을 가진 아이에게 쥐여주느냐가 중요하다.

내가 이 대목에 주목하는 이유는 AI가 위험하다고 말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과제를 잘하는 것과 배우는 것이 서로 다른 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AI 때문에 너무 선명해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둘을 자주 같은 것으로 취급해왔다.

문제를 많이 맞혔다.

진도를 빨리 나갔다.

시험성적이 올랐다.

그러면 잘 배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AI는 학생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좋은 답을 만들 수 있게 한다. 겉으로 보이는 수행과 그 사람 안에 축적된 능력 사이의 거리가 훨씬 커질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또 하나의 격차가 생길 수 있다.

같은 AI를 써도 학습이 달라지는 이유

같은 서비스를 쓰더라도 어떤 학생은 답이 나오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어떤 학생은 “왜?”, “다른 방법은?”, “이 설명이 맞나?”라고 다시 묻는다. 어떤 학생은 막히는 순간 곧바로 도움을 요청하고, 어떤 학생은 먼저 자기 생각을 끝까지 밀어본 뒤 AI를 검토자로 쓴다.

접근권이 같아져도 질문하고 의심하고 멈추는 방식은 같아지지 않는다.

AI 시대 교육에서 먼저 길러야 할 것

그래서 AI 교육에서 ‘어떻게 사용하게 할 것인가’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아이에게 무엇을 공부라고 가르쳐왔는가.

답을 빨리 찾는 것인가.

정해진 내용을 잘 기억하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발견하고, 궁금한 것을 붙들고, 필요한 지식을 찾아가며 자기 생각을 만들어가는 과정인가.

앞의 방식에 익숙한 학생에게 AI는 혁명적인 교육도구가 아닐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해답지다.

교육의 구조는 그대로인데 도구만 바뀌는 것이다.

그래서 AI 접근권의 평등은 중요하지만, 그것은 출발선에 가깝다.

모두에게 연필을 준다고 모두가 글을 쓰는 사람이 되지 않는다. 모두에게 도서관을 열어준다고 모두가 책을 읽는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모두에게 AI를 준다고 모두가 자기 가능성을 확장하는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

어떤 학생에게 AI는 숙제를 대신하는 기계가 될 것이고, 어떤 학생에게는 이전에는 갈 수 없었던 지식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 될 것이다.

그 차이는 AI의 성능에서만 생기지 않는다.

AI 앞에 앉은 사람이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가에서 시작된다.

무엇을 알고 싶으려면 먼저 무언가를 이상하게 느끼고,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말로 꺼낼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질문이다.

정답을 얻는 비용이 거의 사라지는 시대라면 교육은 이제 다른 것을 길러야 한다.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아는 사람.

AI 시대 교육에 관한 이야기는 거기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주요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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