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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교육을 다시 묻다

명문이라는 대학은 좋은 학생을 골라내는 곳인가, 성장시키는 곳인가

대입 전형이 한창 진행 중인 대학 본관 입학처 사정관실에는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테이블 위에는 화려한 머신러닝 보고서와 멋진 코딩 포트폴리오가 담긴 학생 C의 학생부와, 평범한 농어촌 일반고에서 2차함수 매출 데이터 피팅이라는 소박한 주제를 끈질기게 탐구한 학생 D의 보고서가 나란히 놓여 있다.

사정관들의 이마에는 깊은 주름이 패인다. 이 화려하게 세련된 데이터 보고서 뒤에 도사리고 있는 수백만 원짜리 강남 사교육 컨설팅 자본과 AI 대필의 정교한 그림자를 어떻게 발라낼 것인가.

어설프지만 자기 힘으로 끝까지 사유의 마찰을 통과해 낸 학생의 진짜 성장을 어떻게 공정하고 투명하게 증명해 낼 것인가. 정성 평가의 미명 아래 펼쳐지는 이 '포장 경쟁'과 공정성 시비 앞에서, 대학들은 매번 고비용의 정성적 관찰을 고통스러워하며 결국 가장 값싸고 안전하게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획일적인 객관식 수능 줄 세우기' 뒤로 허탈하게 퇴행해 버린다.


우리는 고교학점제 시대에 “공정성을 위해 객관식 정량 평가를 강화해야 한다”는 낡은 입시 주의자들의 목소리와, “아이들의 다양성을 위해 학생부 종합과 정성 평가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이상주의 교육론의 지루한 대립을 마주한다.

하지만 이 평면적인 다툼 너머에서, 소위 '명문'이라 불리는 대형 대학들이 누려온 평판의 실체적 기만을 폭로하는 진짜 비판적 질문을 던져야 한다. 좋은 대학을 나와 성공한 졸업생들의 화려한 아웃풋은, 과연 그 대학이 4년 동안 인간의 지적 영토를 정성껏 성장시킨 진짜 '교육 효과(Education Effect)'인가, 아니면 그저 처음부터 완벽하게 우수한 원재료 학생들만을 독점하여 골라낸 결과물일 뿐인 '선발 효과(Selection Effect)'인가?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QS 세계대학평가나 THE의 평가지표 항목들은 이 거대한 기만의 척도를 계량적으로 증명해 준다.

그들의 화려한 평가 공식 속에서 대학의 연구 실적과 논문 인용 수, 고용주 평판 등의 명성 자본이 70%에 가까운 절대적 주도권을 행사한다. 반면, 실제 학생이 대학 안에서 경험하는 학습 구조를 반영하는 '학생 대 교수 비율' 등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전 세계 명문 대학의 순위 공식 중 어디에도, “입학 단계에서 지적으로 평범했던 한 아이가 이 대학의 좋은 교육을 거치며 졸업 단계에서 얼마나 스스로 생각하는 거대한 주체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어냈는가”를 직접 측정하는 직접 교육 지표는 단 1%도 존재하지 않는다. 명문대는 잘 가르쳐서 명문대가 된 것이 아니라, 이미 자라난 우수한 학생들을 정교한 선발 도구를 사용해 '싹쓸이 독점(selection)'한 효과 하나만으로 자신들의 성을 안전하게 유지하고 있었을 뿐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이 축적한 모든 지식의 답변을 3초 만에 무상 합성해 내는 지식 과잉의 무대에서, 대학이 전통적으로 독점해 온 '지식 배송지'의 영토는 완벽하게 침몰한다.

앞으로 대학이 증명해야 할 단 하나의 유일한 실존적 명분은 "우리가 얼마나 우수한 상위권 원재료를 선점했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보유한 다정한 환경 속에서 들어온 평범한 한 인간을 얼마나 멀리까지 탐구를 확장할 수 있는 위대한 행위자(Agent)로 키워냈는가"라는 '성장책임(Growth Responsibility)'의 증명뿐이다.

대학들은 공정성이라는 편리한 핑계 뒤에 숨어, 아이들을 일렬로 줄 세우는 일제식 객관식 시험지 뒤로 회군하는 게으름을 멈추어야 한다. 자신들 역시 고차원적인 인간의 탐구를 읽어내고 지지할 평가적 책임과 전문성을 당당히 확보해야만 한다.

입시가 교실의 모든 사유를 질식시키고 사교육의 무한 질주를 부추기는 이 가혹한 모순을 해체하는 끝자락에서, 우리는 비로소 이 모든 사유의 종착지인 '행위자의 자리'와 마주하게 된다. 미래에 필요한 기술 목록을 미리 외우게 만드는 낡은 성공의 문법은 무상 정답의 시대 앞에 가장 먼저 소멸할 뿐이다. 답이 없는 아득한 미래 속에서도, 내 손으로 질문의 좌표계를 세우고 끈질기게 움직일 생각의 진짜 행위자를 기르는 위대한 대단원의 철학이 이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함께 읽은 자료

QS / Louie Brand (2026). A guide to the methodology for the QS World University Rankings.

Times Higher Education (2026 평가). World University Rankings method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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