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직접답변
- 나를 챙기는 일은 어디까지 이기심인가.
- 현실을 직시하는 태도는 왜 필요한가.
- 내 궤도를 돈다는 것은 어떤 삶인가.
차라리 팽이처럼 살걸 그랬습니다 · 8화
부제: 타인의 시선이라는 감옥을 탈출하여 '진짜 나'로 사는 법
“당신은 지금, 당신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까? 아니면 남들이 보기에 좋은 인생을 연기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긴 여정을 돌아왔습니다. 1부에서 우리는 남들의 눈치를 보며 거꾸로 매달린 ‘박쥐’임을 자각했고, 3부에서 타인의 채찍질을 동력 삼아 도는 ‘팽이’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4부에서는 불필요한 노력을 쳐내는 ‘Not-To-Do List’를 작성했고, 7부에서는 유전자와 환경이라는 운명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제 마지막 질문이 남았습니다.
“정말로 이기적으로 살아도 괜찮은가?”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는 찜찜함이 남아 있을 겁니다. “그래도 더불어 사는 세상인데…”, “나만 생각하면 벌 받지 않을까?”
이 마지막 죄책감이야말로 우리가 박쥐의 동굴로 다시 기어들어가게 만드는 족쇄입니다.
하지만 김영훈 교수의 책은 이 족쇄를 부술 마지막 망치를 건네줍니다.
“타인은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그리고 “나를 위해 사는 것이 결국 남을 덜 괴롭히는 길이다.”
성숙한 팽이가 되기 위한 마지막 단계는, ‘착한 사람’이라는 가면을 벗어던지고 ‘건강한 이기주의자’로 다시 태어나는 것입니다.
1. 투명 인간의 자유: 아무도 당신을 보지 않는다
우리가 박쥐처럼 눈치를 보고, 전족처럼 고통스러운 관습을 따르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공포 때문입니다. 우리는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라고 착각합니다. 내가 옷을 대충 입으면 사람들이 수군댈 것 같고, 내가 실수를 하면 평생 기억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김영훈 교수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타인은 당신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
이것은 위로가 아니라 팩트입니다. 당신이 당신의 코에 난 뾰루지를 걱정하느라 남을 볼 새가 없듯, 남들도 자기 전세금 걱정과 자식 성적 걱정 때문에 당신을 볼 여력이 없습니다.
2010년 김영훈 교수의 연구팀은 흥미로운 실험을 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창의력 테스트 점수를 줬는데, 한 그룹은 ‘나만 내 점수(높은 점수)를 알고 남들은 모르는 상황’이었고, 다른 그룹은 ‘내 점수(낮은 점수)가 공개된 상황’이었습니다.
서양 학생들은 남들이 알든 말든 ‘내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자존감이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한국 학생(동양인)들은 내가 높은 점수를 받았어도 남들이 모르면 소용없었고, 반대로 점수가 낮아도 남들에게 높게 알려지면 그걸 내 실력이라고 믿고 싶어 했습니다,.
우리는 내 행복의 기준조차 ‘타인의 눈’에 맡겨두고 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행복해 보이는가?”가 아니라 “내가 지금 행복한가?”를 물어야 합니다.
아무도 당신을 보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제 그만 연기를 멈추고 무대에서 내려오십시오. 당신이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미친 듯이 돌아도, 사람들은 “쟤 좀 특이하네” 하고 3초 만에 잊어버립니다. 이 ‘무관심의 자유’를 만끽하십시오.
2. 현실을 직시하는 힘: 장밋빛 안경을 벗어라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다 잘 될 거예요.”
이 말이 얼마나 달콤한 독인지 우리는 2부에서 이야기했습니다. 8부에서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성숙한 이기주의자는 ‘근거 없는 긍정’ 뒤에 숨지 않습니다.
김영훈 교수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냉철하게 직시하는 사람”이 가장 성과가 높고, 심지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하는 사람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고(우울증), 과소평가하는 사람은 시작조차 못해 불행합니다. 오직 “나는 수학을 못해”, “나는 참을성이 좀 부족해”라고 쿨하게 인정하는 사람만이 그 바닥(현실) 위에서 중심을 잡고 돌 수 있습니다.
팽이가 돌기 위해서는 바닥과의 마찰이 필요합니다. 바닥이 울퉁불퉁한지 매끄러운지 정확히 알아야 그에 맞춰 회전 속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나는 다 잘할 수 있어”라는 환상은 버리십시오.
대신 “나는 이건 못하지만, 저건 기가 막히게 잘해”라고 말하십시오.
나의 결핍과 한계를 인정하는 것, 그것이 ‘단독자(Singularity)’로서의 위엄입니다.
3. 이기주의가 이타주의다: 내가 행복해야 남을 돕는다
우리는 흔히 ‘이기적’이라는 말을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과 혼동합니다. 하지만 제가 말하는 ‘성숙한 이기주의’는 ‘자기 돌봄(Self-Care)’의 다른 말입니다.
비행기 안전 수칙을 떠올려 보십시오. 산소 마스크가 내려오면 누구부터 써야 합니까? “보호자가 먼저 착용하고, 그 후에 아이를 도와주십시오.”
내가 숨을 못 쉬는데 누구를 돕겠습니까? 내가 불행하고 여유가 없는데 누구에게 친절하겠습니까?
김영훈 교수의 책 전반에 흐르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느라(가짜 이타심) 억지로 하는 행동은 결국 관계를 망치고, 나를 병들게 한다는 것입니다.
- 억지로 나간 회식 자리에서 당신은 좋은 동료가 아니라, 표정 굳은 ‘불편러’가 될 뿐입니다.
- 무리에 끼기 위해 억지로 낸 부조금은 축하가 아니라, ‘본전 생각’이 나는 빚이 될 뿐입니다.
차라리 “나는 오늘 피곤해서 집에 가겠다”고 말하고 푹 쉰 뒤, 다음 날 맑은 정신으로 동료에게 커피 한 잔을 사는 게 낫습니다.
차라리 “이번 달은 형편이 어려워 부조를 못한다”고 말하고, 진심 담은 문자 하나를 보내는 게 낫습니다.
내가 내 욕망에 충실하여 행복할 때, 비로소 내 옆에서 돌고 있는 다른 팽이에게 어깨를 내어줄 여유가 생깁니다.
나를 희생해서 남을 기쁘게 하려 하지 마십시오. 그건 ‘복수심’만 키울 뿐입니다. 그냥 당신이 행복하십시오. 당신의 행복한 에너지가 옆 사람에게 전염되는 것, 그것이 최고의 이타주의입니다.
4. 팽이의 마지막 자세: 흔들려도 쓰러지지 않는다
이제 글을 마치며, 여러분께 팽이의 마지막 비밀을 알려드립니다.
완벽하게 멈춰 선 것처럼 보이는 고수 팽이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세하게 떨리고 있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삶은 없습니다.
타인의 말 한마디에 휘청거릴 수도 있고, 예기치 않은 돌부리(불운)에 튕겨 나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박쥐와 팽이의 차이는 이것입니다.
- 박쥐: 흔들리면 “내가 잘못 살았나 봐”라며 남의 눈치를 보고 동굴로 숨습니다.
- 팽이: 흔들리면 “어? 중심이 흐트러졌네?” 하고 다시 채찍(외부 자극)을 맞아 회전력을 높이고 중심(나의 기준)을 잡습니다.
흔들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흔들린다는 것은 지금 당신이 치열하게 돌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넘어져도 괜찮습니다. 다시 감아서 돌리면 그만입니다.
5. 당신의 궤도를 돌아라
김영훈 교수는 책의 말미에서 “차라리 이기적으로 살걸 그랬다”고 고백합니다. 착한 사람이 되려다 정작 소중한 사람들과 자기 자신을 놓치지 말라는 당부입니다.
저는 이 문장을 받아 이렇게 끝맺고 싶습니다.
“이제라도 뻔뻔하게 돌길 잘했다.”
세상이 정해준 궤도(트랙)를 벗어나십시오.
남들이 다 가는 길이라고 해서 따라가지 마십시오. 그 끝에는 낭떠러지가 있을지도 모릅니다(원숭이 실험처럼요).
당신만의 좌표를 찍고, 당신만의 속도로, 당신만의 춤을 추십시오.
남들이 “이기적이다”, “독하다”, “변했다”고 손가락질하거든,
그들을 향해 씨익 웃으며 이렇게 말해주십시오.
“그래, 나는 나만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너도 제발 내 신경 끄고 너나 잘 살아.”
이 통쾌한 선언과 함께,
오늘도 세상이라는 거친 바닥 위에서
우아하고 치열하게 돌아갈
전국의 모든 ‘팽이’들에게 건투를 빕니다.
(에필로그에서 계속)
출발점이 된 책
김영훈, 『차라리 이기적으로 살걸 그랬습니다』, 21세기북스. 이 글은 책에 소개된 사회심리학적 논점에서 출발한 설탕바른위로의 재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