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직접답변
- 나는 왜 계속 나쁜 사람이 되지 못했을까.
- 변하지 못했다는 자책은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 오늘 내 편을 드는 가장 작은 행동은 무엇인가.
차라리 팽이처럼 살걸 그랬습니다 · 9화
부제: 책을 덮고 세상으로 나갈 ‘나쁜’ 당신에게 보내는 마지막 찬사
“이제, 맛없는 김치찌개를 억지로 먹지 마십시오.”
김영훈 교수는 책의 서문에서 아내가 처음 끓여준 맛없는 김치찌개를 앞에 두고 고민에 빠졌던 순간을 고백했습니다. “맛있다”고 거짓말을 하며 두 그릇을 비울 것인가, 아니면 솔직하게 말할 것인가. 그는 결국 좋은 남편이 되고 싶어 억지로 밥을 두 그릇이나 비웠습니다. 하지만 심리학자로서 그는 훗날 깨달았습니다. 그 ‘선의의 거짓말(거짓 칭찬)’이 결국 관계의 진실함을 해치고, 아내의 요리 실력이 늘 기회를 빼앗았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식탁 앞에서 너무 오랫동안 맛없는 김치찌개를 꾸역꾸역 삼켜왔습니다.
상사가 주는 ‘눈치’라는 찌개, 가족이 강요하는 ‘희생’이라는 찌개, 사회가 떠먹여 주는 ‘평판’이라는 찌개. 속이 울렁거리고 체할 것 같아도, 우리는 “맛있습니다! 행복합니다!”라고 외치며 그릇을 비웠습니다. 단지 ‘좋은 사람’이라는 스티커를 받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지난 8부를 통해 우리는 확인했습니다. 그 스티커는 떼어내면 끈적거리는 자국만 남기는 싸구려였음을. 그리고 착한 척하며 삼킨 그 음식들이 우리 영혼을 어떻게 병들게 했는지를 말입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작가로서, 그리고 먼저 팽이가 되어본 선배로서 여러분께 드리는 ‘성숙한 이기주의자의 자기계발론’을 정리해 드립니다.
1. 자기계발의 거짓말: 변하려고 애쓰지 마라
서점가에 널린 자기계발서들은 하나같이 외칩니다. “너는 변할 수 있다. 노력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이 말은 달콤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지옥으로 밀어 넣는 가장 잔인한 거짓말입니다.
김영훈 교수의 데이터는 냉정합니다. 공부 머리도, 성실성도, 심지어 뚱뚱한 체질이나 행복을 느끼는 기질조차 상당 부분 유전과 환경에 의해 결정됩니다. 안 되는 걸 되게 하려고 자신을 학대하는 것을 우리는 ‘노력’이라고 불렀지만, 사실 그것은 ‘고문’이었습니다.
진짜 자기계발은 나를 뜯어고쳐서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이런 모양으로 태어난 팽이구나”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나는 수학을 못하는 팽이, 참을성이 좀 없는 팽이, 하지만 그림 하나는 기가 막히게 그리는 팽이. 이 견적서를 냉철하게 뽑아들고, 내 모양대로 돌 수 있는 ‘판’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제가 제안하는 팽이의 삶입니다.
못하는 걸 잘하려고 애쓰지 마십시오. 대신 잘하는 것을 더 뻔뻔하게 잘하십시오. 당신의 단점은 고쳐야 할 불량이 아니라, 당신만의 고유한 회전축의 특징일 뿐입니다.
2. 관계의 재정의: 나쁜 사람이 되어야 좋은 관계가 남는다
우리는 그동안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다 ‘나 자신’에게 가장 나쁜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내가 나에게 나쁘게 굴며 쌓인 스트레스를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풀며 그들에게도 나쁜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제 선언하십시오. “나는 오늘부터 적당히 나쁜 사람이 되겠다.”
여기서 ‘나쁜 사람’이란 남에게 해를 끼치는 악당이 아닙니다. 타인의 기대보다 나의 욕망을 1순위에 두는 사람입니다.
- 싫은 회식 자리에서 “먼저 가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용기.
- 부당한 부탁에 웃지 않고 무표정으로 거절하는 단호함.
- 가족이라도 내 영역을 침범하면 “선 넘지 마”라고 경고하는 냉정함.
처음에는 사람들이 당신을 “변했다”, “이기적이다”라고 비난할 것입니다. 하지만 놀라지 마십시오. 그것은 그들이 당신을 더 이상 마음대로 휘두를 수 없게 되었다는, 즉 당신의 ‘통제감’이 회복되었다는 신호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그들은 당신의 단단한 중심을 인정하고, 함부로 대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가짜 관계는 떨어져 나가고, 당신의 팽이 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는 진짜 관계만 남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진짜 ‘인맥’이고 ‘사랑’입니다.
3. 집단적 무지에서의 탈출: 당신이 멈추면 세상도 멈춘다
우리는 원숭이 실험 이야기를 통해, 아무도 원하지 않는데 모두가 따르는 ‘집단적 무지’의 공포를 보았습니다. 전족이 1,000년 동안 유지된 것도, 아무도 먹지 않는 바나나가 그대로 있는 것도 “나만 튀면 죽는다”는 공포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족을 없앤 건 거창한 혁명이 아니었습니다. 몇몇 가정이 “내 딸의 발을 묶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행동했을 때, 견고하던 천 년의 벽은 30년 만에 무너졌습니다.
여러분이 오늘 회식 메뉴로 “저는 자장면 말고 볶음밥 먹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그 사소한 행동 하나가 혁명의 시작입니다. 여러분이 명절에 “이번엔 각자 집에서 십시다”라고 던지는 말 한마디가 수백 년 된 관습의 고리를 끊습니다.
누군가는 총대를 메야 합니다. 그리고 그 총대를 멘 팽이만이 자신만의 궤도를 가질 자격이 있습니다.
남들이 다 예(Yes)라고 할 때 아니오(No)라고 하는 것. 그것은 광고 카피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비명이자 자유 선언입니다. 당신이 멈추면, 당신 뒤에 숨죽이고 있던 수많은 겁쟁이 박쥐들도 용기를 내어 날개를 펼칠 것입니다.
4. 마지막 당부: 심각해지면 지는 거다
이 책을 덮고 세상으로 나가는 여러분께 마지막 당부를 드립니다.
제발, 심각해지지 마십시오.
오늘 배운 ‘팽이의 기술’을 완벽하게 수행하려고 또다시 미간을 찌푸린다면, 그것은 또 다른 형태의 강박입니다. 돌다가 넘어질 수도 있습니다. 다시 박쥐처럼 눈치를 보며 비굴하게 웃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땐 그냥 “아, 내 안에 아직 박쥐가 살아있네? 귀여운 녀석” 하고 웃어넘기십시오.
김영훈 교수는 책의 말미에 타인은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고 했습니다. 당신이 팽이 돌기에 실패해서 꽈당 넘어져도, 세상은 당신을 비웃을 만큼 당신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이 무관심은 우리에게 주어진 최고의 축복이자 자유입니다.
그러니 마음대로 도십시오.
비틀거려도 좋고, 조금 삐딱해도 좋습니다.
남의 장단에 맞춰 춤추느라 관절이 나가는 것보다, 내 리듬대로 막춤을 추다가 숨이 차서 주저앉는 게 백배 낫습니다.
차라리 이기적으로 사십시오.
나를 위해 사는 것이, 결국 남을 덜 괴롭히고 세상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유일한 길입니다.
자, 이제 책을 덮으십시오.
그리고 당신만의 좌표 위에서, 아주 뻔뻔하고 우아하게,
돌기 시작하십시오.
당신의 그 어지러운 춤사위를,
제가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세상의 모든 팽이들을 위하여, 작가 드림 –
출발점이 된 책
김영훈, 『차라리 이기적으로 살걸 그랬습니다』, 21세기북스. 이 글은 책에 소개된 사회심리학적 논점에서 출발한 설탕바른위로의 재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