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직접답변
- 보상은 왜 때로 나를 조종하는 먹이가 되는가.
- 내가 선택한 일의 의미는 어디서 생기는가.
- 이기적인 선택이 관계를 망친다는 믿음은 사실일까.
차라리 팽이처럼 살걸 그랬습니다 · 6화
부제: 타인이 던져주는 먹이에 춤추지 않고, 철저히 ‘나의 이익’을 위해 도는 기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요? 네, 조련사가 던져주는 생선이 끊기면 고래는 춤을 멈추고 굶어 죽습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보상’이라는 당근과 ‘처벌’이라는 채찍에 길들여져 왔습니다. 학교에서는 상점을 받으려 애썼고, 회사에서는 인센티브와 고과 점수에 목을 맸습니다. 서점가에는 ‘칭찬의 기술’이 베스트셀러가 됩니다. 마치 칭찬과 보상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최고의 연료인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1부에서 정의한 ‘박쥐’가 비극적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박쥐는 자신의 날개로 날고 싶어서 나는 게 아니라, 누군가 던져주는 ‘관심’과 ‘인정’, 그리고 ‘돈’이라는 먹이를 받아먹기 위해 곡예비행을 합니다. 주도권이 내가 아닌 ‘먹이를 쥔 손’에 있는 것입니다.
김영훈 교수의 책에는 <보상의 배신>이라는 충격적인 챕터가 등장합니다. 심리학적 데이터들은 단호하게 말합니다. “좋아하던 일도 보상을 주는 순간 싫어진다.”,
성숙한 팽이가 되기 위한 여섯 번째 단계는, 보상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보상의 의미를 ‘나의 이익’으로 재정의하여 주도권을 탈환하는 것입니다.
1. 빌 러셀의 고백: 주도권을 뺏긴 보상은 독이다
미국 프로농구(NBA)의 전설적인 선수 빌 러셀(Bill Russell)의 이야기를 아십니까? 가난과 인종차별 속에서도 그에게 농구는 유일한 탈출구이자 기쁨이었습니다. 코트 위에서 그는 누구보다 자유로운 팽이였습니다. 하지만 그가 프로 선수가 되어 막대한 연봉을 받기 시작했을 때, 그는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돈을 받기 시작하면서 농구가 주던 마술 같은 기쁨은 사라졌다. 게임은 내게 비즈니스가 되어버렸다.”,
이것이 심리학에서 말하는 ‘과잉 정당화 효과(Overjustification Effect)’입니다. 내가 좋아서(내적 동기) 하던 일에, 돈이나 칭찬 같은 상(외적 보상)이 개입되면 뇌는 착각을 일으킵니다.
“아, 나는 농구가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돈 때문에 하는 거구나.”
그 순간부터 놀이는 노동이 되고, 기쁨은 의무가 됩니다.
김영훈 교수가 인용한 유치원생 실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아이들에게 “그림 그리면 상 줄게”라고 약속했더니, 나중에는 상이 없으면 붓을 잡지 않게 되었습니다. 야채 주스를 잘 안 마시던 아이들에게 칭찬 스티커를 주자 토할 때까지 마셔댔지만, 스티커를 끊자 마시는 양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이 실험들이 주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타인이 통제하는 보상은 우리를 ‘보상의 노예’로 만듭니다. 우리는 월급을 주는 회사의 노예가 되고, 칭찬을 주는 타인의 노예가 됩니다.
2. 이익동기론: 욕망을 인정하고 재정의하라
그렇다면 우리는 돈도 받지 말고, 칭찬도 거부하고 산속으로 들어가야 할까요? 아닙니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생활인입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이익동기(Interest Motivation)’의 재설정입니다.
우리는 흔히 “돈 때문에 일하는 건 속물적이야”라거나 “그냥 묵묵히 하는 게 미덕이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위선입니다. 인간은 철저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존재입니다. 성숙한 이기주의자(팽이)는 이 사실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 ‘이익의 정의’를 바꿉니다.
빌 러셀이 불행했던 건 연봉 때문이 아니라, 그 연봉을 ‘구단주가 나를 부리는 대가(Bribe)’로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가 연봉을 ‘나의 자유를 지키고, 내 가족의 안락함을 보장하는 나만의 연료(Fuel)’로 정의했다면 어땠을까요?
‘그냥 한다’는 말은 아무 생각 없이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타인의 칭찬 따위는 필요 없을 만큼, 이 행위가 나에게 주는 이익(돈, 성장, 경험)이 확실하게 정립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3. 행동의 미시적 의미화: 월급과 성취를 ‘나의 것’으로 만드는 기술
이제 우리는 팽이로서 ‘행동의 미시적 의미화(Micro-signification)’ 기술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것은 타인이 주는 보상(월급, 승진, 칭찬)을 내 삶의 맥락으로 가져와 가중치를 재조정하는 작업입니다.
① 월급의 재정의: “노동의 대가”가 아니라 “자유의 비용”이다
박쥐는 월급을 “더러워도 참는 값”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회사가 갑이고 나는 을입니다.
하지만 팽이는 월급을 “타인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내 존엄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자금”으로 의미화합니다.
“내가 이 돈을 버는 이유는 상사가 좋아서가 아니야. 이 돈이 있어야 내가 퇴근 후 위스키 한 잔을 즐길 수 있고, 내 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야.”
이렇게 이익의 주체를 ‘나’로 가져오면, 출근은 비굴한 노동이 아니라 나의 자유를 위한 당당한 비즈니스가 됩니다.
② 성취의 재정의: “회사의 이익”이 아니라 “나의 팽이 근육”이다
싫어하는 업무를 맡았을 때, 박쥐는 “돈 주니까 억지로 한다”며 최소한만 합니다.
하지만 팽이는 이 경험을 “나의 실력을 높이는 트레이닝”으로 의미화합니다.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면 회사가 돈을 벌겠지.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얻는 노하우와 데이터는 온전히 내 머릿속에 남는 자산(이익)이야.”
김영훈 교수는 “싫어하는 일에는 보상을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합니다. 내적 동기가 없는 일이라도, 그것이 나에게 주는 확실한 이익(경험치 상승, 몸값 상승)을 계산하고 덤벼들면 그것은 더 이상 착취가 아닙니다.
4. 사이다와 눈물: 감정과 이익을 분리하는 '아이의 지혜'
우리는 종종 아이들에게서 인생의 가장 중요한 진리를 배웁니다.
혹시 혼나서 서럽게 울고 있는 아이에게 가장 좋아하는 간식(예: 사이다나 아이스크림)을 건네본 적이 있습니까? 방금 전까지 세상이 무너질 듯 울던 아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사이다 빨대를 입에 뭅니다.
“흐어엉…(쪽쪽)… 엄마 미워…(쪽쪽)…”
어른들은 이 모습을 보고 “줏대 없다”거나 “단순하다”고 웃습니다. 하지만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것이야말로 가장 고도로 발달한 ‘자아 보호 본능’이자 ‘이익동기의 정수’입니다.
이 아이는 지금 두 가지를 완벽하게 분리하고 있습니다.
1. 감정의 영역: 엄마한테 혼나서 슬프고 서럽다. (눈물)
2. 이익의 영역: 하지만 목이 마르고 사이다는 맛있다. (섭취)
아이는 기분 나쁘다고 해서 자신의 이익(맛있는 사이다)을 포기하는 바보 같은 짓을 하지 않습니다. 슬픈 건 슬픈 거고, 맛있는 건 맛있는 겁니다.
반면, 우리 어른들은 어떻습니까? 우리는 ‘자존심’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 아래 감정과 이익을 뒤섞어버립니다. 이를 ‘감정의 오염(Contamination of Emotion)’이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다.
“상사가 오늘 내 자존심을 긁었어. 기분 나빠서 일 대충 할 거야.”
“회사가 나를 인정해주지 않아? 나도 회사 망하든 말든 신경 끌거야.”
이것은 복수가 아닙니다. 자해(Self-harm)입니다.
상사가 미운 것은 ‘감정’이고, 업무를 통해 내 커리어를 쌓고 월급을 받는 것은 ‘나의 이익’입니다. 기분이 나쁘다고 해서 내 성장의 기회(이익)를 발로 차버리는 것은, 엄마한테 혼났다고 사이다를 바닥에 쏟아버리고 나중에 목말라하는 것과 같습니다.
성숙한 팽이는 아이의 지혜를 다시 배웁니다.
“상사의 인격은 경멸한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가 내 포트폴리오에 주는 이익은 사랑한다.”
이렇게 감정과 이익을 분리하십시오.
- 상사가 소리를 지르면 속으로 ‘아, 저 사람은 화를 내는구나(Fact)’라고 생각하십시오.
- 그리고 돌아서서는 아주 냉정하게 ‘이 상황에서 내가 챙길 수 있는 이득(점심값, 야근수당, 업무 스킬)은 무엇인가?’를 계산하십시오.
상사가 싫어서 회식을 빠지는 건 하수입니다. 상사가 싫어도 가서 비싼 고기를 내 위장에 채워 넣는 것이 고수입니다. 그것이 ‘나를 위해’ 사는 태도입니다. 기분 때문에 당신의 이익을 놓치지 마십시오. 눈물을 흘리면서라도 사이다는 마시는 것, 그것이 치열한 세상에서 팽이가 에너지를 잃지 않고 도는 비결입니다.
5. 결론: 가장 이기적인 것이 가장 이타적인 성과를 낸다
김영훈 교수의 연구에서 칭찬 스티커가 사라지자 아이들은 주스를 마시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주스를 마시는 행위의 주인이 ‘스티커(타인)’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만약 아이가 “이걸 마시면 내가 튼튼해져서 더 잘 놀 수 있어(나의 이익)”라고 생각했다면 어땠을까요? 스티커가 있든 없든 마셨을 것입니다.
우리가 회사에서, 가정에서 팽이처럼 계속 돌 수 있는 힘은 ‘착한 마음’이나 ‘희생정신’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것이 나에게 이득이 된다”는 지독하고 건강한 이기심에서 나옵니다.
당신이 돈을 벌고, 실력을 쌓고, 경험을 축적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그것을 타인이 주는 ‘먹이’로 생각하지 말고, 당신이 쟁취한 ‘전리품’으로 생각하십시오.
“나는 돈을 위해 일한다. 그리고 그 돈으로 나는 행복해질 것이다.”
이 뻔뻔하고도 솔직한 이익동기의 선언이야말로,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당신의 팽이를 영원히 돌게 할 가장 강력한 엔진입니다.
(7부에서 계속)
출발점이 된 책
김영훈, 『차라리 이기적으로 살걸 그랬습니다』, 21세기북스. 이 글은 책에 소개된 사회심리학적 논점에서 출발한 설탕바른위로의 재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