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개인화 교육을 다시 정의해야 하는 이유

핵심 3줄 요약

  • 학생마다 다른 난이도와 속도를 제공하는 것도 개인화지만, 그것만으로 개인화 교육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 공통지식은 함께 배우되 각자의 관심과 질문에 연결되는 탐구 경로가 달라질 수 있어야 한다.
  • AI의 더 큰 가능성은 문제 추천을 넘어 한 사람의 관심을 실제 탐구와 지식에 연결하는 비용을 낮추는 데 있다.

개인화 교육은 난이도 조절만을 뜻할까

AI가 교육에 들어오면서 ‘개인화 교육’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학생마다 수준을 진단하고, 부족한 부분을 찾아주고, 맞는 난이도의 문제를 추천한다.

분명 지금보다 나은 방식이다.

그런데 나는 한 가지가 궁금하다.

서른 명에게 서로 다른 문제집을 주면 그것으로 개인화 교육이 되는 걸까.

속도와 난이도의 개인화

지금 우리가 말하는 개인화는 대부분 속도와 난이도의 개인화에 가깝다.

누구는 기본문제를 풀고 누구는 심화문제를 푼다. 누구는 3단원에 있고 누구는 5단원에 있다.

하지만 목적지는 같다. 배워야 할 내용과 좋은 성취의 기준은 이미 정해져 있다.

비유하자면 모두가 같은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데 AI가 각자의 체력에 맞춰 속도와 장비를 조절해주는 셈이다.

이것도 개인화다.

하지만 AI 시대의 개인화를 여기에서 끝내기에는 아깝다.

같은 지식도 서로 다른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앞선 글에서 관심은 경험에서 생기고, 질문은 관심과 지식이 만나는 곳에서 생긴다고 했다.

그렇다면 사람마다 관심이 다르다는 것은 단순히 같은 공부를 배우는 속도가 다르다는 뜻이 아니다.

서로 다른 것을 궁금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함수를 배운다고 해보자.

야구를 좋아하는 학생은 타구 속도와 비거리의 관계를 볼 수 있다. 경제에 관심 있는 학생은 가격과 수요의 변화를 생각할 수 있다. 게임을 좋아하는 학생은 능력치가 늘어날 때 실제 효율이 어떻게 바뀌는지 궁금해할 수 있다.

이때 함수라는 공통지식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중요하다.

서로 다른 질문을 파고들기 위해 모두가 같은 언어를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개인화는 공통교육의 반대말이 아니다.

공통의 기반은 함께 배우되, 그 기반을 어디에 연결하고 어떤 질문으로 밀어갈지는 달라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모두에게 다른 교과서를 주는 것도 아니고, 좋아하는 것만 배우게 하는 것도 아니다.

같은 지식을 배우더라도 그것을 자기 세계와 연결하는 통로를 다르게 여는 것.

이렇게 보면 개인화는 모든 학생에게 완전히 다른 교육과정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공통 기반을 버리면 서로 대화할 언어도 사라진다. 오히려 공통지식은 서로 다른 관심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된다.

함수를 함께 배운 학생들이 서로 다른 데이터를 가지고 돌아오면, 한 학생의 질문이 다른 학생에게 새로운 시야가 될 수 있다. 개인화가 잘될수록 역설적으로 다시 함께 이야기할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AI가 낮출 수 있는 개인화의 비용

그동안 이런 교육이 어려웠던 이유는 분명하다.

한 명의 교사가 서른 명의 관심을 파악하고, 각자 다른 자료를 준비하고,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고, 막힐 때 필요한 지식을 연결해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비싸다.

그래서 학교는 표준화됐다. 같은 교과서, 같은 진도, 같은 시험.

AI는 처음으로 이 비용의 일부를 크게 낮출 수 있다.

관심 주제의 자료를 찾고, 어려운 내용을 설명하고, 외국어 자료를 번역하고, 필요한 수학이나 과학 개념을 다시 연결해줄 수 있다.

여기에서 AI의 역할은 ‘학생마다 다른 문제를 출제하는 기계’보다 커진다.

한 사람의 관심이 실제 탐구가 되도록 지식과 도구를 연결해주는 조력자가 될 수 있다.

좋은 개인화에는 개인과 집단이 함께 필요하다

그렇다고 서른 명이 각자 노트북만 바라보는 것이 개인화 교육은 아니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질문을 보며 자기 관심을 발견하기도 한다. 친구가 만든 것을 보면서 새로운 문제를 떠올리기도 한다.

그래서 좋은 개인화에는 개인과 집단이 동시에 필요하다.

같은 주제를 함께 배우고,

각자 다른 지점에서 질문을 만들고,

자기 방식으로 파고든 뒤,

다시 모여 서로 무엇을 발견했는지 비교하는 것.

같은 출발점에서 출발했지만 서로 다른 것을 가지고 돌아오는 교실이다.

정교한 문제집에 머물지 않으려면

그런데 AI 교육은 다시 익숙한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

취약점을 분석하고, 문제를 자동 추천하고, 오답을 바로 설명하고, 성취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대단한 기술이다.

하지만 교육의 목적이 그대로라면 이것은 결국 아주 정교한 문제집일 수도 있다.

가장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가장 오래된 교육방식을 완성하는 것이다.

AI 시대에 개인화되어야 할 것은 문제의 난이도만이 아니다.

질문의 출발점과 탐구의 경로가 개인화되어야 한다.

“이 아이에게 어떤 문제를 줄까?”보다 먼저

“이 아이는 무엇에 반응하는가?”

“무엇을 더 알고 싶어 하는가?”

를 물어야 한다.

이렇게 보면 AI 개인화의 핵심 질문도 달라진다. ‘이 학생에게 다음에는 몇 번 문제를 줄 것인가’만 묻는 것이 아니라 ‘이 학생이 지금 가진 관심을 어떤 지식과 연결하면 더 멀리 갈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전자는 학습 효율을 높인다. 후자는 학생이 자기 목적을 가진 학습자가 되게 한다. 둘 다 필요하지만, 둘을 같은 개인화라고 부르면 우리가 정말 바꾸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흐려진다.

그렇게 자기 관심에서 시작해 지식과 도구를 사용하다 보면 학생은 어느 순간 처음에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을 실제로 해낼 수도 있다.

그때 AI는 공부를 쉽게 만드는 기술과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개인화의 가치는 결국 이런 경험까지 이어질 때 커진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의 범위가, 내가 앞으로 할 수 있는 것의 범위와 같지 않다는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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