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도, 표시도, 무대도 증명하지 못할 때
사람의 참여를 증명하던 세 수단(귀, 표시, 무대)이 모두 한계에 이르렀고, 그 공백에서 가장 먼저 보이지 않게 되는 사람은 결과물로만 존재하던 작곡가다.
개요와 핵심 명제
1편은 저자성의 근거가 ‘결정’으로 옮겨 가지만 그 결정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고 정리했다. 본 원고는 그렇다면 사람의 참여를 무엇으로 증명하는지를 묻는다. 세 명의 증인을 차례로 부른다. 듣는 귀, 붙이는 표시(이름표), 무대 위의 몸이다.
핵심 명제는 이렇다. 세 수단은 각각 다른 이유로 한계에 이르렀다. 귀는 구분하지 못하고, 표시는 경계를 잃으며 그 자체로 평가를 바꾸고, 무대는 실연자만 증명한다. 그 결과 증명의 공백은 몸 없이 결과물로만 드러나던 작곡가에게서 가장 먼저 나타난다.
첫째 증인, 귀
AI가 만든 두 곡과 사람이 만든 한 곡을 들려주고, 각각 완전 AI 생성곡인지 판별하게 하는 시험이 있다. 디저(Deezer)가 입소스(Ipsos)에 의뢰해 2025년 10월 610일 8개국 1865세 9,000명에게 온라인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97%가 정답을 맞히지 못했다(Deezer, 2025).
같은 현상은 언어에서도 확인된다. 비전문가 1,634명에게 셰익스피어·디킨슨·플라스 등 열 명의 시와 ChatGPT 3.5가 같은 스타일로 쓴 시를 섞어 보여 준 연구에서 판별 정확도는 46.6%로 우연 수준(50%)에 못 미쳤다. 참가자들은 AI 시를 오히려 더 ‘사람 같다’고 판단했다(Porter & Machery, 2024).
근거 자료 — 청취 판별 조사와 시 판별 연구
- 디저·입소스 조사: 2025년 10월 6
10일 온라인, 8개국 1865세 9,000명. 세 곡(AI 2, 사람 1) 각각의 완전 AI 생성 여부를 판별하는 테스트에서 97% 실패. 52%는 구분하지 못하는 데 불편함(Deezer, 2025)- 시 연구 1: 비전문가 1,634명. 시인 10명의 시와 ChatGPT 3.5가 같은 스타일로 쓴 시(선별·편집 없음). 판별 정확도 46.6%. AI 시를 더 ‘사람 같다’고 판단(Porter & Machery, 2024)
- 뒷받침하는 범위: 귀(감각)로는 사람과 AI를 가려내기 어렵다는 점
- 한계: 디저 조사는 세 곡짜리 단순한 설계이고, AI 표시 기능을 운영하는 기업이 의뢰했다. 한국은 대상국이 아니다. 시 연구 참가자의 90.4%는 시를 1년에 몇 번 이하로 읽는 비전문가이고, 대상은 노래 가사가 아닌 영어 고전 시다.
둘째 증인, 이름표
귀가 실패하면 제도는 표시로 대응한다. 같은 디저 조사에서 응답자의 80%는 100% AI 생성 음악에 명확한 표시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스트리밍 이용자의 45%는 필터링을 원했다. 52%는 AI 곡을 사람 곡과 같은 차트에 넣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66%는 호기심에 한 번은 들어 보겠다고 했지만, 40%는 AI 표시를 보면 건너뛰겠다고 답했다(Deezer, 2025).
디저는 실제로 AI 곡을 탐지해 태그를 붙이고, 알고리즘 추천과 에디토리얼 플레이리스트에서 제외한다. 2025년 한 해 1,340만 곡을 탐지했고, 2026년 6월 일부 날에는 하루 업로드의 절반 이상이 완전 AI 생성곡이었다. 같은 시기 AI 곡이 전체 스트림에서 차지한 비중은 1~3%에 그쳤다(Deezer, 2026).
표시에는 두 가지 구조적 한계가 있다.
첫째, 경계의 문제다. 곡 전체가 AI라면 탐지할 수 있지만, AI가 코러스 한 줄이나 드럼 패턴 하나에만 쓰이면 어디서부터 ‘AI 음악’인지 흐려진다. 국내 음저협 기준도 창작자의 자기 신고를 전제로 한다(손봉석, 2026). AI가 깊이 스며들수록 표시는 선의 구실을 잃는다.
둘째, 평가의 왜곡이다. 앞의 시 연구에서 같은 작품이라도 “AI가 썼다”고 알려 주면 실제 저자와 무관하게 평가가 유의하게 낮아졌다(Porter & Machery, 2024). 표시는 정보를 주는 동시에 수용을 바꾼다. 증인이라기보다 판사의 선입견에 가깝다.
근거 자료 — 표시 요구와 플랫폼의 표시 운영
- 표시 요구: 100% AI 음악 표시 찬성 80%, 스트리밍 이용자 필터링 희망 45%, 사람 곡과 같은 차트 반대 52%, 한 번은 들어 보겠다 66%, 표시를 보면 건너뛰겠다 40%, 무단 학습은 비윤리적 73%(Deezer, 2025)
- 플랫폼 운영: 디저는 AI 곡을 탐지해 태그를 붙이고 알고리즘 추천·에디토리얼 플레이리스트에서 제외. 2025년 1,340만 곡 탐지. 2026년 6월 최고치 날 일일 업로드의 50% 이상이 완전 AI 곡. 전체 스트림 중 AI 곡 1~3%. 2025년 AI 곡 스트림의 최대 85%가 부정 스트림(Deezer, 2026)
- 평가 왜곡: 같은 시라도 ‘AI 작품’이라고 알려 주면 실제 저자와 무관하게 전체 질 평가가 하락(Porter & Machery, 2024)
- 뒷받침하는 범위: 표시는 요구되고 있으며, 표시가 노출과 평가를 바꾼다는 점
- 한계: 1~3%는 추천 제외 조치가 반영된 수치여서 청취자의 외면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 디저 한 플랫폼의 자료다.
셋째 증인, 무대
실연은 사람의 몸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마지막 보루처럼 보인다. 그러나 저작권법은 곡을 만든 저작자와 그것을 노래하거나 연주하는 실연자를 구분한다(저작권법 제2조). 실연은 실연자가 사람이라는 사실을 보여 줄 뿐 곡의 저작자를 밝히지 못한다. AI가 생성한 곡을 사람이 무대에서 부르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기술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Suno는 2026년 3월 v5.5에서 사용자가 자신의 노래 목소리로 AI 곡을 만드는 ‘Voices’ 기능을 유료 구독자 대상으로 내놓았다(Suno, 2026a). 사용 방식은 다음과 같다(Suno, 2026b).
- 15초~4분 녹음 가운데 2분을 골라 목소리 모델을 만든다.
- 등록 시 화면의 짧은 문장을 소리 내어 읽고, 이 말소리를 노래 녹음과 대조해 같은 사람인지 확인한다.
- 권리 보유를 확인하는 체크가 있고, 18세 이상만 쓸 수 있으며, 만든 목소리는 본인만 사용한다.
근거 자료 — Suno Voices 기능
- 출처: Suno(2026a) v5.5 블로그; Suno(2026b) 도움말
- 대상: 유료 구독자(Pro·Premier)
- 방식: 15초~4분 녹음 중 2분 선택 → 목소리 모델 생성. 등록 시 화면 문장을 읽어 노래 녹음과 동일인인지 대조
- 제한: 권리 보유 확인, 18세 이상, 본인만 사용(비공개)
- 뒷받침하는 범위: 목소리의 주인은 확인되지만, 그 목소리로 부른 곡의 저작자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비대칭
목소리의 주인은 확인할 수 있다. 목소리에는 몸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목소리가 부르는 곡의 저작자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목소리의 주인조차 그 노래를 실제로 부른 적이 없을 수 있다.
결론: 몸이 없는 사람
귀는 구분하지 못하고, 표시는 경계를 잃어 가며 그 자체로 수용을 바꾸고, 무대는 실연자만 증명한다. 이 공백에서 가장 먼저 근거를 잃는 사람은 작곡가다. 실연자에게는 몸이 남아 있지만, 작곡가의 기여는 처음부터 결과물을 통해서만 드러났다. 그 결과물이 더 이상 아무것도 증언하지 않을 때, 저작권의 중심에 있던 사람이 가장 먼저 보이지 않게 된다.
자기 신고에 기대는 현재의 등록 제도는 이 공백을 메우지 못한다. 신고는 증명이 아니라 진술이기 때문이다.
용어
- 블라인드 테스트: 누가 만들었는지 알리지 않고 들려준 뒤 판별하게 하는 시험.
- AI 태그: 플랫폼이 AI 생성곡에 붙이는 표시. 디저는 표시와 함께 추천에서 제외한다.
- 실연자: 저작물을 노래·연주로 표현하는 사람. 실연은 실연자를 증명할 뿐 곡의 저작자를 증명하지 않는다.
자주 묻는 질문
- 사람은 AI 음악을 귀로 구분할 수 있나? 2025년 8개국 9,000명 조사에서 97%가 세 곡 각각의 완전 AI 생성 여부를 판별하는 시험에서 실패했다(Deezer, 2025).
- AI 음악에 표시를 하면 해결되나? 응답자 80%가 표시를 원했지만, 일부에만 AI를 쓴 곡은 경계가 흐리고, 표시 자체가 평가를 낮춘다(Deezer, 2025; Porter & Machery, 2024).
- 내 목소리로 AI가 부른 노래는 내 노래인가? 목소리의 주인은 확인되지만, 곡의 저작자는 그것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Suno, 2026b; 저작권법 제2조).
출처와 참고자료
청취와 표시
- Deezer (2025.11). Deezer/Ipsos survey: AI music. Deezer Newsroom. https://newsroom-deezer.com/2025/11/deezer-ipsos-survey-ai-music/
- Deezer (2026.7.21). AI music has surpassed 50% of new music uploads for the first time. Deezer Newsroom. https://newsroom-deezer.com/2026/07/ai-music-exceeds-50-percent-daily-uploads-deezer/
- Porter, B. & Machery, E. (2024). AI-generated poetry is indistinguishable from human-written poetry and is rated more favorably. Scientific Reports, 14, 26133.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11564748
- 손봉석 (2026.8.5). 「한국음악저작권협회, AI 음악 저작권 관리 새 기준 세웠다」. 스포츠경향. https://sports.khan.co.kr/article/202608050109003
실연과 목소리
- 저작권법 제2조(정의).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s://www.law.go.kr/법령/저작권법
- Suno (2026a, 3.26). v5.5. Suno Blog. https://blog.suno.com/blog/v5-5
- Suno (2026b). Voices: Use Your Voice in Suno. Suno Help Center. https://help.suno.com/en/articles/11362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