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격차가 무너진 시장에서 누가 보증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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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격차가 무너진 시장에서 누가 보증하는가

가격에 묶여 있던 값이 풀리면 보증값은 누군가 다시 들어 올려야 하는데, 음악에는 그 일을 맡을 제도가 없고 가장 가까이 선 것은 이해관계를 가진 플랫폼이다.

개요와 핵심 명제

앞의 세 편이 저자성과 증명을 다뤘다면, 본 원고는 시장의 구조를 본다. 출발점은 해외 직구 앱 장바구니에 담긴 아이 가방 하나다.

핵심 명제는 세 가지다. 첫째, 가격은 하나의 숫자가 아니라 제작값·보증값·서사값·정보값의 묶음이다. 둘째, 공산품 시장에서는 정보격차가 무너지며 정보값이 녹았고, 음악에서는 생성형 AI가 제작값을 녹였다. 풀리는 원인은 다르지만, 어느 쪽이든 남은 보증값은 누군가 다시 들어 올려야 한다. 셋째, 공산품에는 인증 제도와 규제, 비교하는 소비자가 있지만, 음악에는 아직 그 자리가 비어 있고 가장 가까이 선 것은 이해관계를 가진 플랫폼이다.

장바구니 속 가방

2024년 3월 서울시는 알리익스프레스 판매 제품 31개를 검사해 8개를 부적합으로 판정했다. 8개 모두 어린이 용품이었다. 어린이 가죽 가방에서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기준치의 55.6배, 연필에서는 DEHP가 33~35배 검출됐다. DEHP는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체 발암 가능 물질(2B)’로 분류한다. 서울시는 이 검사를 계기로 알리·테무·쉬인 제품을 매주 검사해 결과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2023년 해외 직구 규모는 6조 8천억 원으로 전년보다 28.3% 늘었다(서울특별시, 2024).

같은 시기 알리는 국내 이커머스·대형마트와 같은 제품을 20~30% 수준 가격에 팔았다. 한 경제 매체는 정식 수입품의 높은 가격 가운데 상당 부분을 “‘안전 비용’에 해당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자가사용 해외 직구는 품목·금액 등 조건에 따라 관부가세가 면제되거나 정식 수입 판매 때의 검사·인증 절차가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같은 기사에 따르면 해외 직구 252종 중 38종(15%)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된 반면, 정식 수입품은 75점 중 1개였다(김아름, 2024).

근거 자료 — 서울시 해외 직구 제품 검사와 가격 차이

  • 서울시 검사: 2024년 3월, 알리익스프레스 제품 31개 중 8개 부적합(모두 어린이 용품). 어린이 가죽 가방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기준치 55.6배, 연필 DEHP 33~35배. DEHP는 IARC 2B. 이후 알리·테무·쉬인 제품 매주 검사·공개. 2023년 해외 직구 6조 8천억 원(+28.3%)(서울특별시, 2024)
  • 가격 차이: 알리는 국내와 같은 제품을 20~30% 수준 가격에 판매. 자가사용 해외 직구는 품목·금액 등에 따라 면세 여부와 검사·인증 절차가 달라짐. 직구 252종 중 38종(15%) 유해물질, 정식 수입품 75점 중 1개(김아름, 2024)
  • 뒷받침하는 범위: 가격 차이에 안전 비용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
  • 한계: 31개 소량 표본이며 위험 의심 품목 위주였을 수 있다. 가격 차이 중 유통 마진과 안전 비용의 비율은 이 자료로 가를 수 없다.

한 덩어리였던 값

소비자가 내던 가격에는 적어도 네 가지가 묶여 있었다.

값 내용 공산품에서 음악에서
정보값 원가·대체재를 모르는 데서 생기는 값 해외 플랫폼이 녹임 해당 없음
제작값 만드는 데 드는 값 유지 생성형 AI가 거의 0으로
보증값 제3자가 안전·정당성을 확인하는 값 직구에서 함께 빠짐 받아 줄 장치 없음
서사값 고르고 싶게 하는 이야기와 취향 유지 유지

국내 리셀러가 얻던 이익의 일부는 정보값이었다. 해외에서 싸게 떼어 와 국내에서 비싸게 파는 일은 사는 사람이 원래 값을 모를 때만 가능하다. 해외 플랫폼이 가격을 한 화면에 펼쳐 놓자 정보값이 녹았고, 그 옆에 붙어 있던 보증값까지 함께 떨어져 나갔다.

음악에서 녹은 것은 정보값이 아니라 제작값이다. 연주자, 녹음실, 편곡의 시간이 들던 곡 제작이 몇 분 단위의 생성으로 바뀌었다. 같은 가사로 스무 곡을 뽑아도 비용은 거의 들지 않는다. 이 변화는 되돌릴 수 없다. 원인은 다르지만 결과는 닮았다. 덩어리에서 한 값이 빠지자 나머지 값들이 따로 보이기 시작했고, 그중 가장 먼저 갈 곳을 잃은 것이 보증값이다.

보증서의 자리

음악의 보증값이란 이 곡이 누구의 것인지, 허락받은 데이터로 학습한 모델에서 나왔는지, 남의 목소리를 무단으로 쓰지 않았는지를 확인해 주는 값이다. 2편에서 보았듯 9,000명의 97%는 세 곡의 완전 AI 생성 여부를 판별하는 시험에서 실패했다(Deezer, 2025). 학습 동의나 권리관계는 청취만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니다. 공산품에는 KC 인증 같은 제3자 보증 제도가 있지만, 음악에는 그에 해당하는 장치가 없다.

그렇다고 저작권이 무력해지는 것은 아니다. 저작권은 개별 곡의 권리에서 AI 기업과의 라이선스 계약으로 형태를 바꾸는 중이다. 워너뮤직그룹은 2025년 11월 Suno를 상대로 한 저작권 소송을 합의로 마무리하고 파트너십을 맺었다. Suno는 라이선스 데이터로 학습한 모델(“fully licensed models”)을 출시하고 기존 모델은 단계적으로 폐기하기로 했으며, 다운로드는 유료 구독자로 한정하고 구독자에게도 사용량 상한을 두기로 했다(Farrell, 2025).

이 변화의 의미는 보증의 단위가 바뀐다는 데 있다. “이 곡은 누구의 것인가”를 곡마다 증명하는 대신 “이 모델은 허락받은 재료로 만들어졌다”는 계약이 보증서 역할을 한다. 보증값은 곡에서 생산 설비, 곧 공장으로 옮겨 가고 있다. 다만 공장이 스스로 깨끗하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보증서도 누군가 확인해야 의미가 있다.

근거 자료 — 워너뮤직–Suno 합의

  • 출처: Farrell(2025.11.25), SiliconANGLE
  • 내용: 저작권 소송을 합의로 종결하고 파트너십 체결. Suno는 “fully licensed models” 출시, 기존 모델 단계적 폐기. 다운로드는 유료 구독자로 한정하고 사용량 상한을 두기로 함
  • 뒷받침하는 범위: 저작권이 소멸하지 않고 라이선스 계약으로 형태를 바꾸고 있다는 점
  • 한계: 계약 금액과 세부 조건, 새 모델 출시일은 공개되지 않았다. 아티스트 이름·목소리 사용의 옵트인은 워너 CEO가 밝힌 원칙이며, 이번 계약의 조건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심판이자 선수

음악 소비의 중심은 이미 유통으로 옮겨 갔다. 2024년 세계 녹음 음악 매출은 296억 달러로 4.8% 늘었고, 이 가운데 스트리밍이 204억 달러로 69%를 차지했다. 유료 구독 계정은 7억 5,200만 개다(IFPI, 2025). 무엇을 들려줄지 정하는 선별의 권한은 플랫폼에 있다.

그런데 선별자도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않다. 저널리스트 리즈 펠리의 탐사 보도에 따르면 스포티파이는 2017년부터 ‘Perfect Fit Content(PFC)’ 프로그램으로 배경음악 성격의 플레이리스트에 저가 제작 음원을 공급받았다. 약 20명의 제작자가 500개가 넘는 아티스트 이름으로 곡을 댔고, 구독자 450만의 ‘Deep Focus’ 같은 기능성 플레이리스트에 집중됐다. 실제 아티스트에게 갈 저작권료를 줄여 마진을 높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Renshaw, 2024).

이 구조는 음악만의 결함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4년 쿠팡이 검색 알고리즘으로 자체 브랜드와 직매입 상품 6만여 개의 ‘쿠팡 랭킹’을 끌어올리고, 임직원 2,000여 명을 동원해 후기 7만여 건을 작성하게 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약 1,628억 원을 부과했다(뉴시스, 2024). 소송 경과는 다음과 같다.

  • 2024년 10월: 서울고법이 시정명령의 효력만 정지하고 과징금 정지는 기각했다. 쿠팡은 과징금을 납부했다.
  • 2024년 11월: 본안 첫 변론. 쿠팡은 “필요에 따라 상품을 추천하는 것은 유통업의 본질”이라며 대형마트도 인기 자체 상품을 눈높이 진열대에 둔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판매량순이라고 표시하고 자사 상품을 올린 것, 그리고 임직원 후기를 “명백한 위계”로 규정했다(연합투데이, 2024).
  • 2025년 2월: 대법원이 공정위의 재항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해 시정명령 정지가 유지됐다(한국금융신문, 2025).
  • 2026년 10월: 이번에 확인한 보도 범위에서는 본안 판결을 확인하지 못했다.

쿠팡의 반론에는 일리가 있다. 유통업자가 심판이자 선수를 겸하는 것은 예외가 아니라 기본값이다. 물어야 할 것은 이중 역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견제하는 장치다.

근거 자료 — 스트리밍 시장, 스포티파이 PFC, 쿠팡 사건

  • 스트리밍: 2024년 세계 녹음 음악 매출 296억 달러(+4.8%), 스트리밍 204억 달러(+7.3%, 69%), 유료 구독 계정 7억 5,200만(IFPI, 2025)
  • PFC: 2017년부터. 약 20명의 제작자가 500개 넘는 아티스트 이름으로 공급. ‘Deep Focus'(구독자 450만) 등 기능성 플레이리스트에 집중. 저작권료를 줄여 마진을 높인다는 의혹(Renshaw, 2024; 원 보도 Liz Pelly, Harper’s)
  • 쿠팡: 공정위가 자체 브랜드·직매입 상품 6만여 개 순위 조정, 임직원 2,000여 명의 후기 7만여 건을 문제 삼아 시정명령과 과징금 약 1,628억 원 부과. 2024.10 시정명령 집행정지(과징금 정지 기각, 납부), 2025.2 대법원 재항고 기각(뉴시스, 2024; 연합투데이, 2024; 한국금융신문, 2025)
  • 뒷받침하는 범위: 선별자도 이해관계를 가지며, 이중 역할은 유통의 기본값이라는 점
  • 한계: PFC는 탐사 보도의 주장이며 기사에 회사 반론은 실리지 않았다. AI가 아니라 사람이 만든 저가 음원 사례다. 확인한 보도 범위에서는 쿠팡 본안 판단을 확인하지 못했으며, 집행정지 결정을 처분의 위법성에 관한 확정 판단으로 읽지 않는다.

결론: 비어 있는 자리

쿠팡의 경우 견제는 두 경로로 작동한다. 하나는 규제 당국의 개입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쇼핑몰의 가격과 후기를 열어 보는 소비자다. 비교할 수 있으니 경쟁이 심판을 감시한다.

음악에서는 두 번째 경로가 작동하기 어렵다. 소비자는 곡의 출처를 비교할 수 없고, 판별할 수 없는 속성에 대해서는 경쟁이 견제가 되지 못한다. 남는 것은 규제와 제3자 감사인데, 음저협의 새 기준은 자기 신고에 기대고 있고 이를 판별할 기술적 기반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심현리, 2026).

공산품에서는 인증 제도와 지자체 검사가, 쿠팡에서는 공정위와 비교하는 소비자가 풀린 보증값을 다시 들어 올린다. 음악의 보증값을 받을 제도적 자리는 아직 비어 있으며, 그 빈자리에 가장 가까이 서 있는 것은 이해관계를 가진 선별자, 곧 플랫폼이다.

연표

  • 2017 스포티파이 ‘Perfect Fit Content’ 프로그램 시작(Harper’s 보도)
  • 2024.3 서울시, 알리익스프레스 제품 31개 검사
  • 2024.6~8 공정위, 쿠팡에 시정명령·과징금 약 1,628억 원
  • 2024.10.10 서울고법, 시정명령만 집행정지(과징금은 납부)
  • 2024.11 쿠팡–공정위 본안 첫 변론
  • 2024.12 PFC 탐사 보도 확산
  • 2025.2.7 대법원, 공정위 재항고 기각
  • 2025.11 워너뮤직–Suno 합의·파트너십
  • 2026.10 확인한 보도 범위에서 쿠팡 본안 판결 미확인

용어

  • 정보값(정보 지대): 소비자가 원가나 대체재를 모르는 데서 생기는 가격 차이.
  • 보증값: 제3자가 안전·정당성을 확인해 주는 데 드는 값. 공산품의 KC 인증, 음악에서는 권리가 깨끗하다는 확인.
  • 심판이자 선수: 선별 권한을 가진 유통 플랫폼이 자기 상품도 파는 구조.
  • 라이선스 모델: 허락받은 데이터로 학습했다고 계약으로 보증하는 AI 모델.

자주 묻는 질문

  • 해외 직구가 싼 건 국내가 바가지였기 때문인가? 일부만 맞다. 가격 차이에는 KC 인증·검사·관부가세 같은 안전 비용이 섞여 있다(김아름, 2024; 서울특별시, 2024).
  • AI 시대에 저작권은 의미가 없어지나? 아니다. 워너뮤직은 소송을 지렛대로 Suno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고, 저작권은 학습을 허락하고 값을 받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Farrell, 2025).
  • 쿠팡 과징금 소송은 어떻게 됐나? 쿠팡은 과징금을 납부하고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번에 확인한 보도 범위에서는 2026년 10월 현재 본안 판결을 확인하지 못했다(한국금융신문, 2025; 아시아경제, 2026).

출처와 참고자료

공산품과 유통

  1. 서울특별시 (2024.4.9). 「해외 직구 어린이 제품서 56배 발암물질…유해제품 매주 공개」. 내 손안에 서울. https://mediahub.seoul.go.kr/archives/2010833
  2. 김아름 (2024.5.11). 「”알리보다 5배 비싸다고?”…이커머스 가격의 진실」. 비즈워치. https://v.daum.net/v/20240511130003643
  3. 뉴시스 (2024.10.14). 「’1628억 과징금’ 쿠팡 vs 공정위 법정다툼 내달 시작…양측 입장은」. https://www.newsis.com/view/NISX20241014_0002918847
  4. 연합투데이 (2024.11.21). 「’쿠팡랭킹 조작’ 1628억 과징금… 쿠팡 “진열의 자유” vs 공정위 “명백한 위계”」. https://www.yh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493
  5. 한국금융신문 (2025.2.20). 「대법, ‘알고리즘 조작’ 쿠팡 공정위 시정명령 집행정지」. https://www.fntimes.com/html/view.php?ud=202502201635017930b5b890e35c_18
  6. 아시아경제 (2026.6.10). 「공정위, 쿠팡에 법정 최대 과징금…정보 유출도 ‘1兆 폭탄’ 현실화되나」. https://view.asiae.co.kr/article/2026061010391139983

음악 산업

  1. Deezer (2025.11). Deezer/Ipsos survey: AI music. https://newsroom-deezer.com/2025/11/deezer-ipsos-survey-ai-music/
  2. Farrell, J. (2025.11.25). Warner Music inks Suno deal amid cooling tensions over AI-generated music. SiliconANGLE. https://siliconangle.com/2025/11/25/warner-music-inks-suno-deal-amid-cooling-tensions-ai-generated-music/
  3. IFPI (2025). Global Music Report 2025. Music Week 보도. https://www.musicweek.com/labels/read/ifpi-global-music-report-2025-paid-streaming-lifts-the-market-but-overall-revenue-growth-slows/091626
  4. Renshaw, D. (2024.12.19). Report: Spotify is populating its playlists with ‘ghost artists’. The FADER(원 보도: Pelly, L., Harper’s Magazine). https://www.thefader.com/2024/12/19/report-spotify-is-populating-its-playlists-with-ghost-artists
  5. 심현리 (2026.8.12). 「AI음악 저작권 인정 두고 국회 ‘제동’」. MTN. https://news.mtn.co.kr/news-detail/2026081115501577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