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와 기회는 자리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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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와 기회는 자리의 이름이다

같은 기술 변화가 위기와 기회로 동시에 불리는 것은 판단이 틀려서가 아니라 서 있는 자리가 다르기 때문이며, 사람에게 남는 자리는 실연의 호소력과 아직 없는 감정에 먼저 다가서는 일이다.

개요와 핵심 명제

연재는 저자성(1편), 증명(2편), 저자 자리의 이동(3편), 보증의 공백(4편)을 차례로 다뤘다. 마지막 편은 연재의 분석 렌즈인 이해관계를 정면에 놓고, 같은 변화에서 누가 잃고 누가 얻는지, 사람에게 무엇이 남는지를 정리한다.

핵심 명제는 세 가지다. 첫째, 위기와 기회는 변화의 속성이 아니라 위치의 이름이다. 둘째, 관문은 사라지지 않고 ‘만들기’에서 ‘들려지기’로 옮겨 갔다. 셋째, 증명은 사라지고 있지만 호소는 여전히 사람의 몸을 통과한다.

이름이 두 개인 사건

미시시피의 시인 텔리샤 ‘니키’ 존스는 가사를 쓰고, 목소리와 연주는 Suno로 만들어 AI 가수 ‘자니아 모네(Xania Monet)’를 내놓았다(CNN, 2025). 경과는 다음과 같다.

  • 2025년 9월: 입찰 경쟁 끝에 할우드 미디어(Hallwood Media)와 수백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 2025년 9월 19일: R&B 가수 켈라니가 이 계약을 비판하며 존스가 사실상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다(Billboard, 2025, Wikipedia 재인용).
  • 차트 성적: ‘Let Go, Let God’이 빌보드 Hot Gospel Songs 3위, ‘How Was I Supposed to Know?’가 Hot R&B Songs 20위까지 올랐다. Adult R&B Airplay 30위로 진입해, 빌보드는 모네를 라디오 방송 차트에 진입한 첫 AI 아티스트로 소개했다. Hot 100에는 진입하지 않았다.

CNN 보도에 따르면 최근 최소 6개의 AI 또는 AI 활용 아티스트가 빌보드 차트에 들어왔다.

하나의 사건에 두 개의 이름이 붙었다. 악기와 가창이라는 관문 밖에 있던 사람에게는 기회이고, 그 관문을 통과해 온 사람에게는 노동의 탈취다.

근거 자료 — 자니아 모네

  • 창작 방식: 미시시피의 시인 텔리샤 ‘니키’ 존스가 가사를 쓰고, 보컬·연주는 Suno로 생성(CNN, 2025)
  • 계약: 2025년 9월, 입찰 경쟁 끝에 할우드 미디어와 계약(빌보드 보도 300만 달러, Wikipedia 재인용)
  • 차트: Hot Gospel Songs 최고 3위, Hot R&B Songs 최고 20위, Adult R&B Airplay 30위 진입(2025.11.1 차트). Hot 100 미진입
  • 반응: R&B 가수 켈라니가 계약 비판. CNN은 켈라니의 “Nothing and no one on Earth will ever be able to justify AI to me”를 인용
  • 한계: 성공한 한 사례이며 대표성은 없다.

잃는 쪽

가장 눈에 띄는 것은 AI를 쓰지 않고 버티는 신인 창작자다. 그러나 더 큰 타격은 덜 보이는 곳, 곧 광고·영상·매장용 기능 음악으로 생계를 꾸리던 이름 없는 중간층에서 일어난다.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CISAC)이 PMP Strategy에 의뢰한 연구의 전망은 다음과 같다(CISAC, 2024).

  • 2028년까지 음악 창작자 수입의 24%가 위험에 처한다(5년 누적 100억 유로).
  • 생성형 AI 음악은 기존 스트리밍 플랫폼 매출의 약 20%에 이른다.
  • 음악 라이브러리 매출의 약 60%가 생성형 AI로 넘어간다.
  • 생성형 AI 음악·영상 시장은 약 30억 유로에서 2028년 640억 유로로 커진다.

마지막 수치가 보여 주듯, 창작자의 수입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모델을 가진 기업과 유통 플랫폼 쪽으로 옮겨 간다. 가장 먼저 대체되는 것은 청취자가 저자를 묻지 않던 음악이다.

근거 자료 — CISAC 경제 연구

  • 출처: CISAC(2024.12), PMP Strategy 수행
  • 전망: 2028년까지 음악 창작자 수입의 24% 위험(5년 누적 100억 유로). 생성형 AI 음악이 기존 스트리밍 플랫폼 매출의 약 20%. 음악 라이브러리 매출의 약 60%가 생성형 AI로. 생성형 AI 음악·영상 시장 약 30억 유로 → 2028년 640억 유로
  • 뒷받침하는 범위: 타격이 기능 음악 중간층에 집중되고, 수입이 모델 기업과 플랫폼 쪽으로 옮겨 간다는 방향
  • 한계: 사례 연구와 전문가 인터뷰에 기반한 전망치다. 의뢰 주체가 저작자 단체 연합이라 위험을 크게 그릴 이해관계가 있다.

얻는 쪽과 새 관문

악기라는 관문 밖에 있던 사람들, 곧 멜로디는 있으나 손이 없던 사람, 가사는 쓰지만 곡을 붙이지 못하던 사람, 귀는 밝지만 만들 수단이 없던 사람에게 생성형 도구는 문을 열었다. 1편의 LANDR 조사에서 초보 창작자의 51%가 곡 생성기를 쓴다고 답한 것도 같은 흐름이다.

그러나 디저에서는 2026년 6월 일부 날에 하루 업로드의 절반 이상이 완전 AI 생성곡이었고, AI 곡이 전체 스트림에서 차지한 비중은 1~3%에 그쳤다(Deezer, 2026). 만들 수 있는 사람은 폭증했지만 들어 줄 귀의 총량은 늘지 않았다. 관문은 ‘만들기’에서 ‘들려지기’로 옮겨 갔다. 존스의 성공은 열린 문의 증거이면서, 그 문을 통과한 사람이 얼마나 드문지를 보여 주는 예외다.

한계: 1~3%는 디저가 AI 곡을 추천에서 빼는 조치가 반영된 수치여서, 청취자의 외면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

공장은 원래 있었다

AI를 둘러싼 우려 가운데 하나는 공장식 음악의 범람이다. 그러나 공장은 AI 이전에도 있었다. 4편에서 다룬 스포티파이 PFC 의혹, 곧 약 20명의 제작자가 500개 넘는 이름으로 배경음악 플레이리스트에 곡을 댔다는 보도가 그 사례다(Renshaw, 2024). 카페에 흐르는 플레이리스트처럼, 듣지만 기억하지 않는 음악의 수요는 이미 있었다. 생성형 AI는 공장을 새로 세운 것이 아니라 사람이 돌리던 공장을 자동화했다.

그렇다면 공장이 만들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 2편의 시 연구는 후속 실험(696명)에서 정서적 질을 포함한 14개 항목 가운데 13개에서 AI 시를 더 높게 평가했다. 유의한 차이가 없었던 유일한 항목이 독창성이었다. 연구자들은 AI 시가 더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워서, 사람 시의 복잡함이 오히려 “말이 안 된다”로 읽혔다고 해석했다(Porter & Machery, 2024).

이 결과는 AI가 익숙한 감정에 빠르게 닿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 대량 생산되는 플레이리스트가 AI의 영역이 되는 이유다. 독창성에서는 사람이 앞선 것이 아니라 AI가 앞서지 못한 것이다.

한계: 오래 곱씹고 이입하게 되는 가사가 아직 사람 쪽에 남아 있다는 것은 연구가 직접 보여 주는 결론이 아니라 해석이며, 이 경계 역시 뒤집힐 수 있다. 연구 대상은 노래 가사가 아니라 영어 고전 시이고, 참가자는 비전문가다.

결론: 증명 말고 호소, 그리고 자리의 이름

2편은 무대가 저자를 증명하지 못한다고 정리했다. 그 결론은 유지된다. 그러나 증명과 호소는 다르다. 증명은 이 곡이 누구의 것인가를 묻고, 호소는 이 노래가 청자에게 닿는가를 묻는다. 증명의 수단은 줄어들지만 호소는 여전히 사람의 몸을 통과한다. 같은 곡이라도 누가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따라 대중이 붙잡는 노래가 되기도 하고 흘려듣는 음원으로 남기도 한다.

따라서 사람에게 남는 자리는 두 가지다. 실연을 통해 대중에게 호소하는 일, 그리고 아직 언어화되지 않은 감정에 먼저 다가서는 일이다. 익숙한 감정은 공장이 더 빠르고 싸게 만들지만, 아직 없는 감정은 누군가 먼저 느껴야 노래가 된다.

자니아 모네의 계약은 기회인가, 탈취인가. 이해관계를 첫 렌즈로 놓으면 둘 다 참이다. 같은 변화가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판단이 틀려서가 아니라 서 있는 위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위기와 기회는 변화의 속성이 아니라 자리의 이름이다.

연표

  • 2017 스포티파이 PFC 시작(Harper’s 보도)
  • 2024.12 CISAC 경제 연구 발표
  • 2025.9 자니아 모네–할우드 미디어 계약, 켈라니 비판
  • 2025.11.1 자니아 모네, Adult R&B Airplay 진입
  • 2026.6 일부 날에 디저 일일 업로드 절반 이상 완전 AI 곡

용어

  • 라이브러리 음악·기능 음악: 광고·영상·매장용으로 쓰이는 배경음악. 청취자가 저자를 묻지 않는 음악.
  • 들려지기: 이 연재의 분석 개념. 만들기의 관문이 낮아진 뒤 새로 생긴 관문, 곧 누군가의 귀에 닿는 일.
  • 증명과 호소: 증명은 곡이 누구의 것인가를, 호소는 노래가 청자에게 닿는가를 묻는다.

자주 묻는 질문

  • AI 음악으로 누가 가장 잃나? 광고·영상·매장용 음악을 만드는 중간층이다. CISAC은 음악 라이브러리 매출의 약 60%가 2028년까지 생성형 AI로 넘어간다고 전망했다(CISAC, 2024).
  • AI로 성공한 비음악인 사례가 있나? 시인 텔리샤 존스가 가사를 쓰고 Suno로 만든 자니아 모네가 빌보드 가스펠 차트 3위에 올랐고 수백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CNN, 2025).
  • AI가 사람의 가사를 대신할 수 있나? 일반 독자는 AI 시를 14개 항목 중 13개에서 더 높게 평가했지만, 독창성에서는 차이가 없었다(Porter & Machery, 2024). 곱씹는 가사가 사람의 몫으로 남는다는 것은 연구의 결론이 아니라 해석이다.

출처와 참고자료

사례

  1. CNN(CP24 게재) (2025.11.1). Xania Monet is the first AI-powered artist to debut on a Billboard airplay chart, but she likely won’t be the last. https://www.cp24.com/news/entertainment/2025/11/01/xania-monet-is-the-first-ai-powered-artist-to-debut-on-a-billboard-airplay-chart-but-she-likely-wont-be-the-last/
  2. Wikipedia. “Xania Monet”(Billboard 2025.9.16·9.19 보도 인용). https://en.wikipedia.org/wiki/Xania_Monet

산업과 시장

  1. CISAC (2024.12). Global economic study shows human creators’ future at risk from generative AI(PMP Strategy 수행). https://www.cisac.org/Newsroom/news-releases/global-economic-study-shows-human-creators-future-risk-generative-ai
  2. Deezer (2026.7.21). AI music has surpassed 50% of new music uploads for the first time. https://newsroom-deezer.com/2026/07/ai-music-exceeds-50-percent-daily-uploads-deezer/
  3. Renshaw, D. (2024.12.19). Report: Spotify is populating its playlists with ‘ghost artists’. The FADER. https://www.thefader.com/2024/12/19/report-spotify-is-populating-its-playlists-with-ghost-artists
  4. LANDR (2025). AI 사용 실태 설문. Hypebot 게재(2025.11.20). https://www.hypebot.com/hypebot/2025/11/new-survey-reveals-how-87-of-artists-really-use-ai.html

연구

  1. Porter, B. & Machery, E. (2024). AI-generated poetry is indistinguishable from human-written poetry and is rated more favorably. Scientific Reports, 14, 26133.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11564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