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른 사람은 노래의 주인인가
AI 음악의 저자성은 도구의 종류가 아니라 ‘결정의 단위’로 갈리지만, 생성형 도구 시대의 결정은 산출물에 흔적을 남기지 않아 증명이 점점 어려워진다.
개요와 핵심 명제
본 원고는 연재 「자리가 다를 뿐」의 첫 편이다. 같은 가사로 생성한 스무 곡 가운데 한 곡을 골라 올린 사람은 그 노래의 주인인가. 이 질문을 제도와 법, 이용 실태, 미국 저작권청의 판단으로 따라간다.
핵심 명제는 두 가지다. 첫째, 저자성을 가르는 선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연주와 비연주 사이가 아니라 ‘누가 표현을 결정했는가’에 있다. 둘째, 생성형 도구에서 사람의 결정은 ‘고르기’로 수렴하는데, 고르기는 산출물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그래서 저자성의 근거는 분명해지는 반면, 그것을 증명할 방법은 옅어진다.
제도가 연 문과 쏟아진 질문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2026년 8월 3일부터 AI를 활용한 음악저작물의 등록을 허용했다. 조건은 사람이 작사·작곡·편곡에 “실질적이고 주도적으로” 참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 프롬프트로 만든 결과물은 제외된다. 신청자는 사용한 AI의 영역, 도구, 방법, 본인의 기여를 신고해야 하고, 협회는 등록 후 창작 과정 증빙을 요청하거나 기술 검증을 할 수 있다. 허위 신고나 100% AI 산출물로 드러나면 분배 보류, 부당이득 환수, 신탁계약 해지가 따르며, 고의·중과실에 대한 최대 3배 위약벌은 약관 개정으로 추진 중이다. 그 전까지 협회는 AI 활용 저작물의 등록을 일괄 보류해 왔다(손봉석, 2026).
이 기준은 곧바로 경계 사례를 낳는다. 미디로 음표를 찍는 작곡가, 구매한 드럼 루프와 가상악기로 편곡한 곡은 ‘실질적’이고 ‘주도적’인가. 닫혀 있던 문을 열자마자 문틀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따져야 하는 처지가 된 셈이다.
근거 자료 — 한국음악저작권협회 AI 활용 음악 등록 기준
- 출처: 손봉석(2026.8.5), 스포츠경향
- 시행일: 2026년 8월 3일
- 등록 조건: 작사·작곡·편곡에 인간이 “실질적이고 주도적으로” 참여. 단순 프롬프트 결과물 제외
- 신고 항목: 사용한 AI의 영역, 도구, 방법, 본인 기여
- 사후 조치: 창작 과정 증빙 요청과 기술 검증 가능. 허위 신고·100% AI 산출물은 분배 보류, 부당이득 환수, 신탁계약 해지. 고의·중과실 최대 3배 위약벌은 약관 개정 추진 중
- 이전 상태: AI 활용 저작물 등록을 일괄 보류
- 한계: 협회 발표 중심의 보도다. 외부 반응은 심현리(2026)로 보완했다.
손이 아니라 결정
먼저 배제할 기준이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구분은 선이 될 수 없다. 그 기준이라면 미디와 샘플로 만든 지난 수십 년의 대중음악 상당수가 저작자를 잃는다.
연주와 가창도 기준이 아니다.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하고, 저작물을 연주·가창 등으로 표현하는 사람은 ‘실연자’로 따로 규정해 저작인접권으로 보호한다(저작권법 제2조). 실연자의 권리는 실연한 때부터 70년간 보호된다(네플라, n.d.). 곡의 저작자를 가르는 질문은 누가 연주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표현을 결정했느냐다.
이 기준으로 보면 도구는 하나의 스펙트럼 위에 놓인다. 미디는 음 하나, 박자 하나까지 사람이 결정한다. 샘플팩과 가상악기는 소리를 빌리지만 배치와 순서의 결정은 사람에게 남는다. 생성형 모델에서는 사람이 가사와 프롬프트를 쓰고 결과를 고르지만, 음을 결정하는 것은 모델이다. 요리에 빗대면 미디는 칼질부터 간까지 직접 하는 요리, 샘플팩은 손질된 재료로 하는 요리, 생성형 모델은 밀키트에 가깝다.
차이는 도구가 디지털이냐가 아니라 결정의 단위가 어디에 있느냐다. 생성형 모델에서는 그 단위가 음과 마디에서 ‘결과물 전체 중 하나 고르기’로 건너뛴다.
근거 자료 — 저작자와 실연자의 구분
- 출처: 저작권법 제2조(정의); 네플라(n.d.) 법률 해설
- 저작물: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
- 실연자: 저작물을 연기·무용·연주·가창 등으로 표현하는 사람. 권리는 저작권이 아닌 저작인접권
- 저작인접권자: 실연자(배우, 가수, 연주자), 음반제작자, 방송사업자
- 뒷받침하는 범위: “누가 연주했나”와 “누가 저작했나”가 법적으로 다른 질문이라는 점
치워진 관문
악기를 다루지 못하는 사람에게 작곡은 오랫동안 닫힌 영역이었다. 생성형 모델은 그 관문을 낮추었고, 이용은 빠르게 늘고 있다.
음악 창작자 1,200명을 조사한 LANDR(2025)에 따르면 곡 생성기 사용자는 29%였고, 초보자는 51%, 프로는 약 4명 중 1명이었다. 반면 Tracklib(2024) 조사에서 AI로 곡 전체를 생성한다는 응답은 AI 사용자의 3%에 그쳤다. 수치는 엇갈리지만 방향은 같다. 손 대신 결정만으로 창작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근거 자료 — 음악 창작자의 AI 사용 실태
- LANDR(2025): 2025년 9~10월, 1,200명. 작업 어딘가에 AI 사용 87%, 곡 생성기 사용 29%, 초보자 51%, 프로 약 4명 중 1명. 대체로 곡 전체가 아닌 일부에 사용(Hypebot 보도)
- Tracklib(2024): 1,107명. AI 사용 25%. 사용 용도는 스템 분리 73.9%, 마스터링·EQ 45.5%, 곡 요소 생성 21.2%, 곡 전체 생성 3%. 비사용자의 82.2%가 예술적 이유로 거부(Music Business Worldwide 보도)
- 뒷받침하는 범위: 생성형 도구 사용이 늘고 있으나 곡 전체를 맡기는 경우는 아직 소수라는 점
- 한계: 두 조사 모두 자사 커뮤니티 표본이고 질문 문구·오차가 공개되지 않았다. LANDR은 AI 도구를, Tracklib은 샘플을 판매한다. 한국 창작자 자료가 아니다.
흔적이 남지 않는 결정
그렇다면 고르기는 저자성이 되는가. 미국 저작권청은 2025년 1월 보고서 2부에서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U.S. Copyright Office, 2025; Sidley Austin, 2025).
- 보정이나 노이즈 제거 같은 보조 도구 사용은 저작물성에 영향이 없다.
- 프롬프트만으로는 사용자를 산출물의 저자로 만들 만큼 충분한 인간적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모델이 같은 프롬프트에도 매번 다른 결과를 내기 때문이다.
- 사람이 쓴 가사처럼 산출물에 남아 있는 표현은 그 부분이 보호될 수 있고, 결과물의 창의적인 수정이나 여러 요소를 골라 배열한 구성도 보호될 수 있다.
- 여러 생성곡 가운데 한 곡을 채택하는 판단 자체가 그 곡의 AI 생성 표현에 대한 저작권을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 보고서의 두세 개 요소에 관한 언급은 편집저작물의 선택·배열 맥락이며, 생성 후보곡의 개수를 저자성의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 아니다.
- AI 산출물을 위해 법을 개정하자는 제안은 지지하지 않았다.
법이 묻는 것은 어떤 표현을 만들어 냈느냐지만, 고른 사람이 붙드는 것은 왜 하필 이 노래였느냐다. 두 질문은 겹치면서도 같지 않다. 사람의 몫을 생각하면 결정의 수와 무게가 남는다. 무엇을 고르고, 버리고, 고쳤는가. 문제는 그 결정이 산출물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악보에는 지우개 자국이, 미디 파일에는 편집 기록이 남는다. 그러나 스무 곡을 듣고 열아홉 곡을 버린 판단은 최종 결과물 어디에도 드러나지 않는다.
협회 기준은 결국 창작자의 신고에 기대는데, 업계에서는 AI 사용 여부를 “분별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도 마련돼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에서는 김재원 의원이 이 문제를 “국회에서 먼저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며 협회가 기준을 먼저 세우는 순서를 문제 삼았다. 한 업계 종사자는 AI 음악이 늘면 히트곡도 무작위로 “AI”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심현리, 2026).
근거 자료 — 미국 저작권청 보고서 2부와 국내 반응
- 출처: Sidley Austin(2025.2.7) 보고서 해설; 심현리(2026.8.12), MTN
- 보고서 발표: 2025년 1월 29일, 「Copyright and Artificial Intelligence, Part 2: Copyrightability」
- 핵심 판단: “prompts alone do not provide sufficient human control”. 사람의 표현이 남은 부분, 창의적 수정·구성은 보호 가능. 여러 AI 결과 중 하나를 채택하는 판단만으로 AI 생성 표현의 저작권이 생기지는 않음. “only two or three elements”는 편집저작물의 선택·배열 맥락
- 국내 반응: 김재원 의원 “국회에서 먼저 논의해야 할 부분”. 업계 “분별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도 마련돼있지 않다”
- 한계: 미국 행정기관의 해석이며 한국 법원의 판단이 아니다. MTN 기사는 익명 인용이 많고 수치가 없다.
결론
창작의 자리는 손에서 결정으로, 결정에서 고르는 귀로 옮겨 가고 있다. 그 자리는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밖에서 보이지 않는다. 저자성의 근거는 분명해지는데, 그것을 증명할 방법은 점점 옅어지고 있다. 다음 편은 그 증명의 수단들, 곧 귀와 표시와 무대가 각각 어디까지 유효한지를 묻는다.
연표
- 2025.1.29 미국 저작권청, AI와 저작물성 보고서(2부) 발표
- 2025.9~10 LANDR, 음악 창작자 1,200명 AI 사용 설문
- 2026.8.3 한국음악저작권협회, AI 활용 음악 등록 기준 시행
- 2026.8.12 국회에서 협회 기준에 대한 문제 제기 보도
용어
- 실질적·주도적 참여: 음저협 기준. 사람이 작사·작곡·편곡에 실제로 결정을 내렸는지를 묻는다.
- 저작인접권: 저작물을 전달하는 사람(실연자, 음반제작자, 방송사업자)의 권리. 작곡가의 저작권과 구분된다.
- 결정의 단위: 이 연재의 분석 개념. 사람이 직접 정하는 최소 단위가 음·박자인지, 소리 조각의 배치인지, 결과물 전체 중 하나 고르기인지를 가리킨다.
자주 묻는 질문
- AI로 만든 노래도 한국에서 저작권 등록이 되나? 2026년 8월 3일부터 음저협은 사람이 작사·작곡·편곡에 실질적·주도적으로 참여한 경우 등록을 받는다. 프롬프트만으로 만든 곡은 제외된다(손봉석, 2026).
- 프롬프트를 여러 번 고쳐 쓰면 저작자가 되나? 미국 저작권청은 프롬프트만으로는 충분한 통제가 아니라고 봤다. 사람이 표현한 부분이나 결과물의 창의적 수정·구성은 보호될 수 있지만, 여러 생성곡 중 하나를 채택한 것만으로 곡 전체의 저작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U.S. Copyright Office, 2025; Sidley Austin, 2025).
- 노래를 부르거나 연주하지 않으면 곡의 주인이 아닌가? 아니다. 연주와 가창은 실연이며, 곡의 저작자 여부는 표현을 누가 결정했는가로 가린다(저작권법 제2조).
출처와 참고자료
제도와 법
손봉석 (2026.8.5). 「한국음악저작권협회, AI 음악 저작권 관리 새 기준 세웠다」. 스포츠경향. https://sports.khan.co.kr/article/202608050109003
심현리 (2026.8.12). 「AI음악 저작권 인정 두고 국회 ‘제동’」. MTN. https://news.mtn.co.kr/news-detail/2026081115501577406
저작권법 제2조(정의).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s://www.law.go.kr/법령/저작권법
네플라 (n.d.). 「저작권과 저작인접권의 차이점」. https://www.nepla.ai/wiki/지식재산/저작권/저작권과-저작인접권의-차이점-x6w9wdl3o8gk
Sidley Austin (2025.2.7). U.S. Copyright Office Issues Report on Artificial Intelligence and Copyrightability. https://datamatters.sidley.com/2025/02/07/u-s-copyright-office-issues-report-on-artificial-intelligence-and-copyrightability/
U.S. Copyright Office. (2025.1). Copyright and Artificial Intelligence, Part 2: Copyrightability. https://www.copyright.gov/ai/Copyright-and-Artificial-Intelligence-Part-2-Copyrightability-Report.pdf
이용 실태
- LANDR (2025). AI 사용 실태 설문. Hypebot 게재(2025.11.20). https://www.hypebot.com/hypebot/2025/11/new-survey-reveals-how-87-of-artists-really-use-ai.html
- Tracklib (2024). Music Producer Survey 2024. Music Business Worldwide 보도(2024.7.8). https://www.musicbusinessworldwide.com/25-of-music-producers-are-now-using-ai-survey-says-but-a-majority-shows-strong-resistance/